[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1일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집단 탈퇴를 규제하는 규약에 대한 정부 시정명령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규약 시정명령은 산별노조의 정당한 내부통제권을 무력화하고 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정조치”라며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도 위반하고 있어 이를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조직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부터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와 사무금융노조, 화섬식품노조, 전국공무원노조를 상대로 산별노조 하부조직인 지회 등의 집단 탈퇴를 금지한 규약 철폐 시정명령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지난 4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이들 노조에 규정을 고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자유로운 노조 가입과 탈퇴에 관한 노조법 제5조와 노동조합 총회에 관한 제16조 등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산별노조 집단 탈퇴 금지 규정에 시정명령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민주노총이 11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정부의 노조 규약 시정명령 단행에 대한 행정소송을 예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민주노총은 자율적인 논의와 결의로 정한 노조 규약을 정부가 행정적 잣대로 재단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건 노동권 침해라는 입장입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조합이 규약을 통해 조직운영의 원칙을 자주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결권 및 노동조합법에 규정돼 있다”며 “이는 노조의 자유와 재량의 영역이며, 이에 대한 행정관청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ILO, 노조 규약에 대한 제한 금지”
또 이번 시정명령은 한국이 비준한 ILO 87호 협약 위반이라는 지적입니다. ILO 87호 협약 3조 2항은 ‘공공기관은 규약 작성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간다’는 것으로,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호에 대한 협약입니다.
권 변호사는 “ILO 핵심 협약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은 노조의 자유로운 규약 작성을 정부가 제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규약 시정명령은 국내법에 앞선 효력을 갖는 ILO 협약 내용을 위반한 행정처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이번 조치가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넘어 업종별?산업별 노조의 단결력을 높이려는 산별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라고 봤습니다.
권 변호사는 “현 정부가 앞에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그 구조를 고착시킬 수 있는 기업별 노사교섭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노조 활동이 기업별 교섭으로 고착되면 원·하청 문제, 불공정 거래 등 노동시장 문제를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