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최대 현안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라고 치켜세웠습니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에 시동을 건 셈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과거사 문제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통상적으로 담긴 역대 정부의 광복절 경축사와는 달랐습니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한미 관계에 대해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일 관계에 대해선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
과거사 해결 안 됐는데…'한일 군사동맹' 수준 협력 피력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3국의 안보협력 가운데 '일본의 역할'을 부각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돼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된 곳"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이 반대하는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강화는 물론, 한일 간 동맹 수준의 군사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동맹 관계를 규정하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정상회의 연례화, 합동군사훈련의 매년 정례화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장밋빛 전망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일본의 과거사 인식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거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양국 현안을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규정한 직후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선제적 양보에 나섰습니다. 이후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이 이뤄졌습니다. 이번 경축사에서도 이와 같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오염수 방류 문제와 같은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6일 일본 히로시마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8주년 추모 행사(평화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함께 묵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대통령 밀착 행보에도 …기시다 '야스쿠니신사 '공물 봉납'
윤 대통령 초밀착 행보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는 등 한일 간 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일본이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서 전향적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에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에서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유감을 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축사에서 상당 부분을 지난 1년여간 정부의 성과를 알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를 통한 수출·투자 증대, 부동산 시장 정상화, 건전 재정 기조 정착, 약자 복지로의 재정 지출 기조 전환 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국민 통합과 여야 협치의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와 관련해 이권 카르텔을 또다시 언급하며 전임 문재인정부 때리기에 나섰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해 공정과 법치를 확립할 것"이라며 "특히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