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현대카드가 업계에서 유일하게 상반기 순익이 늘었죠. 하지만 착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타사들이 리스크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늘릴 때 현대카드만 유일하게 충당금을 줄였기 때문인데요. 조달 비용과 연체율이 오르면서 하반기 카드업황이 어두운 가운데 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질 경우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20일 현대카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5273억원으로 전년 동기(5700억원) 대비 7.4%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손충당금 전입액(5903억원)과 비교하면 10.6% 감소했습니다.
대손충당금은 카드사가 고객들로부터 돈을 회수 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것인데요. 충당금 전입액이 줄어든 만큼 상반기 현대카드의 대손충당금 적립률도 2.72%로 전년 동기 대비 0.13%p 낮아졌습니다.
그래서인지 카드사들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평균 두 자릿수 하락했지만, 현대카드만 사실상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현대카드 상반기 순이익은 15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습니다.
반면 업계 1위 신한카드 상반기 순이익은 31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급감했습니다. 롯데카드의 경우 상반기 순익이 늘었지만,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처분이익이 반영된 것으로, 매각 효과를 제외하면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1% 감소했습니다.
현대카드가 충당금을 줄인 건 다른 카드사들과도 대비되는데요. 상반기
삼성카드(029780)는 전년 동기대비 59% 늘어난 466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습니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3733억원)는 44.8%, KB국민카드(3324억원)는 66.9% 증가했습니다. 하나카드(1932억원)의 경우 충당금 전입액이 두배 이상 늘었습니다.
카드업계가 이처럼 충당금을 늘린 건 하반기 업황 전망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여전히 높아 조달 비용 부담이 여전한데요.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여전채 3년물 AA+등급 금리는 연 4.494%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초 여전채 금리는 3%대를 유지하다가 꾸준히 4%대에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는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어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만큼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도 오르게 됩니다. 조달비용이 오르면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취약차주의 연체율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카드사 연체율은 1.58%로 지난해 말보다 0.38%p 상승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끝나지 않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취약 차주 대출 부실이 커질 경우 연체율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며 "카드사들이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늘리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카드사 등 2금융권에 취약 차주 부실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코로나19 지원 종료 등에 따른 부실 확대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지속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2금융권을 향해 충당금 적립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