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헌법상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가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하급심(1·2심) 판결문을 확인하려면 시간·장소 제약, 비용 발생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판결문을 공개하는 원칙에 따라 우리나라도 엄밀히 따지면 비공개는 아닙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소극적인 공개 방법이 재판부에만 유리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미확정 판결문도 공개…중국도 인터넷 검색 가능
미국은 연방대법원의 경우 즉시 판결문을 공개하고 주법원도 주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공개가 원칙입니다. 심지어 미확정 판결문도 24시간 이내 공개합니다. 판결문 뿐 아니라 법원 제출 기록도 모두 공개하고 소송 당사자의 실명 등 개인정보 공개 범위도 넓습니다.
특히 미국은 '웨스트로(Westlaw)'와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라는 프로그램으로 하급심 판례를 검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로스쿨에서는 검색 방법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미국 일부 주를 포함에 캐나다에서는 인터넷 임의어 검색도 가능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올해부터 민사·행정·특허사건에 한해 검색이 가능한 것과 대조적입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는 영미권 대비 공개율이 낮지만, 선례를 만들 수 있는 사건은 일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미확정 판결문일지라도 24시간 내에 홈페이지에 공개합니다.
중국도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하급심 판결문을 검색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2014년부터 법 제정에 따라 판례를 전면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형사 사건 피해자나 미성년자를 제외하고 실명 공개가 원칙입니다.
"피해자, 선례 찾아 대응 어려워…재판부에만 유리한 구조"
국내 법조계에서는 이러한 해외 사례들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하급심 사건 판결문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도 판결문을 모두 공개하고 있지만 하급심을 거쳐 대법 선고까지 5년 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피해자와 변호인 측이 선례를 참고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했습니다.
특히 공공재로 통하는 하급심 판결문은 유료 서비스인데, 이마저도 임의 검색으로 인해 원하는 판결문을 한번에 찾지 못하면 열람하는 판결문마다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하급심 판결문에 접근이 어려운 것은 공개라는 명분을 가지면서도 판사 개인의 부담이나 개인정보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정보는 판사들에게 독점이 돼 있거나 불편한 방식으로 제공되다 보니 정보 격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개인정보를 이유로 공개 방법에 제한이 있다면 최소한 의뢰인의 변론를 맡는 변호인의 접근성은 높여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사진=연합뉴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