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최근 공동주택의 고질적 문제인 '층간소음'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윗집에서 '쿵쿵' 소리가 난다는 이유로 해당 집 문 앞에서 칼을 갈거나 수차례 현관문을 발길질 하는 등 분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묻지마 범죄'가 사회불안을 일으키는 가운데 층간소음 문제도 이대로 방치할 경우 강력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큽니다. 늦기 전에 실효성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서울시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층간소음 민원 4만여건 달해…강력범죄 2배 늘어
21일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연도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층간소음 건수는 4만여건에 달합니다. 2018년 2만8231건, 2019년 2만6257건이던 민원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면서 2020년 4만2550건, 2021년 4만6596건으로 2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강력범죄도 크게 늘었습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0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2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웃 간 갈등을 갈등을 유발하는데 끝나지 않고 폭력과 방화, 살인까지 이어지면서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10일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은 A씨가 흉기를 들고 이웃집을 찾아가 협박해 특수협박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습니다. A씨는 윗집을 4차례 찾아가 흉기로 현관문을 내려쳤고, 새벽시간 이웃집 현관문 앞에서 칼날을 갈거나 계단에 앉아 피해자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11월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어오던 이웃을 폭행해 숨지게 만든 전직 씨름선수가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습니다. 1시간 동안 약 160회 이상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지난 3월 인천에선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다툼을 벌인 B씨가 전기충격기로 이웃의 배를 찌르고 목을 향해 겨눠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바 있습니다. B씨는 당시 층간소음에 화가 나 집에 있던 전기충격기를 들고 피해자의 집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정부·지자체, 층간소음 갈등 해결 앞장
정부와 지자체는 층간소음이 단순 갈등에서 강력범죄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결정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7월 층간소음 문제 해소를 위한 산·학·연·관 협의체를 출범했고, 공공주택 바닥 두께 상향과 시범단지 실증 연구 등 LH의 층간소음 저감 노력과 성과 등을 공유했습니다.
층간소음 민원이 약 2만건에 달하고 있는 경기도는 지난 6월부터 신축 아파트 준공 전 바닥구조 시공에 대해서 품질점검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을 운영하면서 별도의 층간소음 저감 업무지침서를 마련키로 한 것입니다.
용인시는 '층간소음 없는 이웃사이 만들기' 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합니다. 관내 공동주택 5곳을 선정해 1곳당 최대 200만원의 층간소음 예방 사업비를 지원하는 등 층간소음 해소에 적극 나섰습니다.
서울시 역시 층간소음 갈등 해소를 위한 시책을 추진합니다. 최근 3년간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매달 2~3회 개최해 공동주택 층간소음 분쟁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평균 해결률은 62%로 피해 시민들의 권리구제를 위해 노력할 방침입니다.
전국 최초로 층간소음 방지조례를 제정 부산시의회는 최근 적용 대상을 다가구·오피스텔을 포함키로 결정했고, 층간소음 방지와 갈등해결을 위한 기구 설치 근거 등을 담은 조례 개정도 다시금 추진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층간소음 보복을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성행하는 물품들을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습니다. 해당 제품들을 사용한 층간소음 보복이 이웃 간 갈등을 더 크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공동주택에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나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시에서 강제할 순 없는 노릇"이라며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파트 설계단계서부터 층간소음 저감 대책을 우선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도 공동주택 품질점검단'이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 (사진=경기도)
수원=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