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관계자는 잼버리를 긴급지원해 달라고 정부가 요청했었다 말했습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기업들이 일제히 지원에 나서 국가를 구한 건 잘한 일입니다. 하지만 절차는 불투명했습니다.
온전히 자발적인 기부는 아닙니다. 삼성의 경우 기부금이 10억원을 넘으면 이사회 책임이 따르는데 어찌 처리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비경상적 비용처리는 회사마다 다를 테죠. 그런 경우 보통 회장님 뜻에 따라 집행하고 형식적 절차를 거치거나 생략하니까요.
정부가 저지른 일을 기업이 수습했습니다. 각 회사 주주들이 납득할 지출이었을까요. 잼버리로 궁지에 몰린 정권을 도와준 성격도 있습니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전경련 복귀를 재촉하는 것까지 겹쳐 정경유착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4대 그룹은 현재도 전경련 산하 한경연 소속 회원입니다. 굳이 복귀를 바라는 것은 회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한경연의 싱크탱크 역할만 하겠다며 과거 국정농단 사태 당시 쇄신안을 약속해놓고 지금은 돈이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근래 전경련이 각종 정치권 행사를 후원해왔습니다. 여당 위주였는데 요즘엔 야당에도 불려 나갑니다. 그렇게 정치자금이 모입니다. 결국 4대 그룹이 높여 낼 회비도 그런 경로를 따라갈 듯합니다. 물론 4대 그룹이 직접 정권에 돈을 내는 것이 아니니 대가성 뇌물로 엮이진 않겠죠. 기업 관계자들 얘길 들어 보면 정권에 도움 줄 기회가 생기면 오히려 좋다는 반응입니다. 주고 받는 게 확실해야 대관이 수월하다는 얘깁니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정경유착이 생기면 즉시 탈퇴하라”면서도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라며 전경련 복귀를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기업은 잼버리를 돕고 전경련은 상속세를 낮춰달라 정권에 요청하는 등 애매한 정경유착 경계에서 발을 뺐습니다. 준감위가 말하는 정경유착은 국정농단급이어야 한다는 것인지 알맹이가 없습니다.
준감위가 생긴 배경을 돌이켜보면 씁쓸합니다. 이재용 회장이 국정농단 뇌물죄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당시 법원은 판결을 앞두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며 이례적 요구를 했습니다. 형량을 낮추려는 면죄부라며 비판 여론도 작지 않았습니다. 그런 태생적 논란을 딛고 지금껏 존속해온 역할이 겨우 그정도였는지 맥빠집니다. 전경련 복귀 권유식의 힘없는 결정에 이르고 맙니다. 결국 눈 가리고 아웅이었을까요.
도대체 대한상의나 경총만으론 안되고 전경련만이 가능한 게 무엇일까요. 정권도 기업도 전경련만 가능하다며 굳이 총선을 앞두고 복귀를 재촉합니다. 상속세는 기업 문제가 아니라 재벌 총수일가 현안입니다. 대한상의나 경총 회원은 가업상속공제 혜택 대상인 중소기업도 많습니다. 전경련이 요구하는 것은 총수일가를 위한 일입니다. 전경련과 정권이 얽힌 이해관계는 밀월입니다.
당초 전경련 탈퇴는 재벌 회장들이 국정농단사태 국회청문회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입니다. 국민적 약속을 깨는 것인데 회장들은 이사회 결정이라며 모른 체합니다. 약속을 깼으면 미안한 척이라도 하는 게 인지상정인데 지금은 되레 당당해 보이기까지 하네요.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