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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박예진 기자] 지난해 사망사고로 인한 불매운동 확산에도
SPC삼립(005610)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많은 매장수에 따른 높은 점유율과 SPC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 부족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즉, SPC 브랜드가 너무 많아 소비자들이 SPC 브랜드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또다시 샤니 성남공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만큼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이에 노조 등 일각에서는 앞서 SPC가 발표한 1000억원 투자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 개선 의지를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SPC홈페이지)
불매운동에도 베이커리가 성장 견인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SPC삼립의 매출액은 불매운동 확산과 가격인하 여파에도 불구하고 1조693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반기(1조5397억원)대비 9.99% 증가한 수치라 눈길을 끈다. 영업이익도 371억원에서 431억원으로 16.2% 성장했다.
특히 카페스노우, 미각제빵소 등을 주요 브랜드로 하는 베이커리 부문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3790억원) 대비 20.53% 급성장한 45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2.12% 신장한 이후 또 한 번의 20%대 성장이다. 상반기 기준으로 식재료·식자재 유통을 담당하는 유통사업 부문 매출도 7408억원에서 8595억원으로 16.02% 올랐다. 반면 푸드사업 부문과 기타 사업부문은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계열사별로 보면 최상위 지배회사이자 '파리바게뜨'로 대표되는 파리크라상 매출은 2546억원에서 2515억원으로 1.22% 소폭 감소한 반면, 샤니의 매출은 541억원에서 630억원으로 16.45%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샤니는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69.8%, 파리크라상이 9.80%를 차지하고 있는 계열사다.
올 상반기에도 샤니의 매출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었던 데에는 업계 내 높은 점유율과 독보적으로 많은 매장 수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사한 지난해 식품 생산실적을 보면, 과자·빵류 가운데 상위 20개 기업의 국내 판매액 4조299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SPC그룹 계열사인 파리크라상(7152억원), SPC삼립(2855억원), 샤니(2059억원), 에스피엘(1656억원),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928억원)를 포함해 총 판매액 1조4650억원에 달한다. 이는 상위 20개 기업의 국내 판매액 중 3분의 1가량에 해당하는 수치다.
파리바게뜨 등 브랜드 가맹점 수도 독보적이다. 지난해 기준 주요 브랜드의 가맹점 수는 파리바게뜨 3402개, 던킨도너츠, 613개로 제과제빵 부문 가맹점수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는 경쟁사인 뚜레쥬르(1285개)와 비교해도 2배를 훨씬 넘어서는 수다.
많은 매장수와 27개에 이르는 브랜드를 보유한 탓에 소비자가 어떤 브랜드가 SPC삼립의 브랜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불매운동의 여파를 무색하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인하대 교수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SPC의 경우 반일 불매운동 당시 노노재팬이 만들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불매운동의 힘이 미약한 편"이라며 "게다가 소비자들이 SPC계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가격 인하 속에도 실적 성장 전망
상반기에는 호실적을 유지했지만 하반기에는 가격 인하와 불매운동의 장기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SPC는 물가 안정에 동참하기 위해 오는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빵 가격을 인하했다. 가격 인하 대상이 된 제품은 파리바게뜨 식빵과 바게트를 비롯한 10종, SPC삼립은 식빵·크림빵을 포함한 20종으로 총 30종이다. 각각 100~200원씩 가격이 인하된다.
하지만 일부 품목에 대한 인하인 만큼 가격 인하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PC삼립은 올해 2월 약 50여 종의 제품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 바 있다. 한국YWCA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2023년 주요 제품 출고가 평균 인상률은 각각 12.1%, 12.2%로 2회 연속 누적 24.3%의 인상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부담도 개선될 전망이다. 한국농수사신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밀·옥수수·대두·대두박·원당 등 국제곡물가격이 전주대비 최대 3.6%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평균가격으로는 원당을 제외한 밀·옥수수·대두·대두박 품목의 경우 지난해 평균보다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밀(SRW)의 경우 7월 평균가격이 톤(T)당 249달러로 지난해 평균 331달러 대비 24.77% 급감했다. 다만 곡물 수입 가격은 3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즉각적인 원가율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증권가 등에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IBK증권은 SPC삼립의 하반기 실적이 연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1조9068억원, 영업이익은 13.1% 증가한 5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김태현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베이커리와 유통 부문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하반기 푸드 부문 원가부담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내년 말 시화센터 증축이 완료되면 케이크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이 늘면서 연간 매출 1000억~1500억원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사진=한국 YWCA연합회)
불매운동 확산 전망…"안전 경영 1천억원 투자 투명성 필요"
장기화되고 있는 불매운동은 여전히 변수다. 지난해 10월 근로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달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1년도 안 돼 SPC 계열 성남 샤니공장에서 끼임 사고로 50대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SPC 측은 안전사고 예방을 목표로 지난해 안전경영위원회를 출범하고 안전 경영에 1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말부터 6월까지 약 9개월간 안전보건 분야에 총 300억원을 투자해 안전설비 확충, 노후장비 교체, 작업환경 개선 등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SPC삼립의 1000억원의 사용내역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IB토마토>와 통화에서 "SPC측에 검증위원회를 만들어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 결과와 지시사항 이행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직속의 국민조사위원회를 설립하지 않고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안전경영위원회만으로는 본질적인 안전 문제 개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SPC 측은 시설 교체와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해 202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8월 끼임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올해 말까지 총 450억원을 투자해 작업 환경 개선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SPC 관계자는 <IB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안전경영위원회 출범 이후 현재 안전경영 강화를 위해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와 사고 발생 설비에 대한 위험성 검사 평가를 바탕으로 필요한 추가 안전 조치를 하고 있다"라며 현장 직원 안전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박예진 기자 luc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