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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육군사관학교가 교내에 있는 독립군 영웅 김좌진·홍범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 흉상을 철거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25일 흉상 철거 추진과 관련해 "육사가 북한을 대상으로 해서 전쟁을 억제하고 전시에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곳인데,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홍범도 장군을 겨냥했습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육사에서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한다는 게 사실인지 묻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육사에서 교내에 있는 기념물을 다시 정비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특히 이 장관은 "소련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장교를 양성하는 그 기관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되느냐는 문제도 있었고 여러 가지 논란이 있기 때문에 교내를 정비하는, 기념물 정비하는 기회에 정리를 좀 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은 "홍범도 장군조차도 공산당에 물론 가입했지만 1943년에 서거를 했고 박정희 대통령 당시 1962년도에 이미 건국훈장을 줬다"며 "독립정신을 기리기 위해서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지금 한일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서 (흉상을) 철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며 "왜 이 시기에 이렇게 존중, 존경받아야 되는 분들의 흉상을 다른 데로 옮기고 철거하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다시 국방부 차원에서 점검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육사 교내 독립군 영웅 흉상 철거 논란에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우당이회영기념사업회.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백야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등 관련 단체들은 반발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반헌법적 처사"라며 "흉상을 철거하고 독립전쟁의 역사를 지우려는 윤석열정부의 시도를 당장 멈추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좌진 장군의 손녀이자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김을동 전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임시정부 휘하 군대인 북로군정서와 김좌진 장군은 대한민국 국군의 효시가 돼야 한다"며 "육사의 흉상 철거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육사 교내 독립군 영웅 흉상 철거 논란은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독립영웅 재평가 작업과 연계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정부가 독립영웅들이 반공 활동을 했느냐에 초점을 맞춰 공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며 자유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일본에 대해선 과거사 관련 발언을 생략한 채 '협력 파트너'임을 강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육사가 독립군 영웅 흉상 대신 일제 만주군 출신 백선엽 장군 흉상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일각에선 친일 경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으로 바꾸려는데 정부의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광복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육사의 흉상 철거 계획에 "개탄스럽고 매우 우려된다"며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요람 육사 교정을 늠름히 지키고 있는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