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동 성범죄자의 형량 감형, 농지법 위반,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등 논란이 거세지만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날선 질의가 예상됩니다.
이 후보자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습니다. 그는 약 한 달간 이곳에서 국회 청문회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아동 성범죄 감형 논란에 "차근히 말씀드리겠다"
이날 출근길에 이 후보자는 각종 의혹과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짧게 밝혔습니다.
과거 성범죄 재판의 항소심을 맡아 지나치게 감형해줬다는 지적에 대해 "언론에 나온 것을 봤지만 차근차근 말씀드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 후보자는 2020년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 재판장으로 있을 때 아동 성범죄자의 형량을 감형한 것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아동에게 음란 사진 등을 보낸 혐의로 집행유예 중에 또 다시 아동 성범죄를 저지른 2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으로 감형한 겁니다.
이 후보자는 논란 직후 "미성년자의제강간죄에 대한 권고형의 범위인 징역 4년~10년 8개월 내에서 형량을 정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2019∼2020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재직 당시 선고한 사건 1심보다 높은 형을 선고한 성범죄 판결과 비교돼 감형 기준에 대한 날선 질문이 예상됩니다.
부동산 투기 재산 축소 신고 논란에 "잘못한 것 없다"
아파트 농지법 위반 의혹, 재산 축소 신고 등 부동산 관련 의혹도 송곳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후보자는 1987년 서울에 살면서 부산의 논을 사들인 후 이를 되팔아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법에 따르면 농지를 구입할 때는 농작지에 살아야 했으나, 실제 주소지는 서울 강남구 잠원동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겁니다.
또 서울 용산구에 보유 중인 아파트 가격을 9년 내내 같은 가격으로 신고했는데, 실거래가보다 현저하게 낮아 재산 축소 신고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동산 논란에 대해 이 후보자는 "당시 법령에 따라서 맞게 다 행동했다고 생각하고 제 생각에는 잘못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화제를 돌렸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집중 조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족 비상장주 미신고 논란에 "법 바뀐 지 몰랐다"
공직자 재산공개 때 가족 소유의 비상장주식 내역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후보자는 2010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임명되면서 재산공개 대상이 됐습니다.
이날 이 후보자는 "2000년경 처가 식구가 운영하는 가속회사(주식회사 옥산·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주식을 보유하게 됐는데 거래가 없는 폐쇄적 가족회사 주식으로서 법률상 재산등록 신고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취득시로부터 약 20년 뒤인 2020년에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의 비상장주식 평가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이나 법령상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며 "뒤늦게 시행령 등 세부 규정을 파악하고 임명동의안 첨부서류에는 비상장주식 내역을 포함시켰 임명동의안 제출 전 해당 주식에 대한 직무관련성 심사청구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인사혁신처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가 직무관련성이 있다는 결정을 할 경우 후보자 가족은 해당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이 후보자가 법이 바뀐지 몰랐다고 해명한 점은 더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6월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서 비상장 주식의 평가 방법이 바뀌었는데요. 이 때문에 강영수 인천지방법원장의 비상장 주식이 2020년 4500만원에서 2021년 410억원으로 400억원 넘게 급증하며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서경환 대법관도 가족 보유의 비상장주식이 논란이 돼 모두 처분했습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요구안은 이번 주 중으로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며, 청문회는 국회의 일정 협의 후 9월 중순에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