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경찰이 무속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본지 기자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데 대해 언론·시민단체들은 30일 “공적 영역에 대한 정당한 의혹 제기를 막는 명백한 언론 탄압이자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고 규탄했습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천공 의혹을 제기한 부 전 대변인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김 전 정의당 의원과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을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이번 주 중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은 “대통령 관저 이전이라는 공적 영역에 대한 언론사의 정당한 의혹 제기를 막는 행태로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처사”라며 “더구나 경찰은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천공을 직접 조사하지도 않았고, 무속인 천공 대신 방문했다는 풍수전문가 백재권 씨 수사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무속인 천공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이건희 기증관 건립 장소)를 돌아보고 인사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협회장은 “정상적인 언론 취재를 범죄로 몰아가는 경찰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으며 명백한 언론탄압 행위”라며 “만약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의를 포기하는 것임은 물론 언론계 전체를 향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경찰이 명예훼손으로 사건을 송치한 데 대해서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이지은 선임간사는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은 비범죄화되고 있는 추세로 유엔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며 “특히 공적 사안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언론이 의혹을 제기하는 단계부터 이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건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더 이상 언론 길들이기와 국민 입막음용으로 명예훼손 고발 등의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언론 길들이기 중단해야”
이 선임간사는 또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서 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냈다. 보도에 일부 허위가 있더라도 언론이 검증 노력을 하고 국민의 정당한 알 권리를 위한 내용이면 그 판례를 유지되는 것”이라며 “언론의 공적 영역에 대한 감시와 비판 등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언론·시민단체들은 최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강행 등을 통해 현 정부가 언론 탄압을 넘어 언론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 협회장은 “언론인 80%가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기어코 그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며 “이제 그를 앞세운 방통위는 공영방송 무력화와 민영화 시도, 비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길들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 협회장은 “이동관이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 그 순간부터 현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가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으로 판단하며, 만약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후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이 온다면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