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하나도 못 팔고 그냥 가는 날도 있어요. 나와서 그냥 놀다가 가는 꼴입니다. 올해 추석 때도 타격이 클 것 같아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답답합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예고한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 가게 입구 옆으로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하고 앉아 있던 박모(54) 씨는 “원래 추석 전 이맘때는 대목 앞두고 장사가 안 되긴 하는데, 올해는 특히 심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오염수 얘기로 시끌시끌할 때부터 손님 주는 게 체감됐다”며 “지금은 추석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언제까지 갈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수산물 안전 검사의 깐깐한 기준, 오직 ‘국민 안심’입니다’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현수막이 수산시장 건물 옆으로 내걸려 있었지만,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 여파를 모두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이 24일 점심 시간에도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안창현 기자)
이곳 가락동에서 13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이모(65) 씨는 “장사야 어차피 안 되고 있었는데, 오염수 때문에 분위기는 더 안 좋아졌다”며 “이런 상황을 조합에 모여 얘기 하는데, 방류를 안 할 것도 아니고 이미 결정 난 거를 우리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거고 막막하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상인 김모(57) 씨는 “매대에다 원산지를 적어 놨는데도 손님들이 다시 확인하고 괜찮냐고 묻곤 한다”며 “오염수나 방사능 검사는 수산물 업체에서 주기적으로 하고 아직 무슨 이상이 있는 것도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인식이 그렇지 않냐”고 걱정했습니다.
“코로나 때도 장사 했는데”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 점심 때를 앞둔 시간임에도 드문드문 찾는 손님을 제외하곤 썰렁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른 새벽 열리는 경매장부터 인파가 줄었다는 게 시장 상인들의 설명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앞둔 24일 오전 송파구 가락동 수산시장 전경. (사진=안창현 기자)
상인 주모(49) 씨는 “코로나 동안에도 손님은 없어도 배송을 하면서 장사를 했다”며 “이제 수산물에 대한 신뢰가 없으니까 배송 문의도 없고 소비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기가 없으니까 가격도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라며 “이런 걸 정부가 어떻게 해결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안전하다고 홍보를 더 해주던지 무슨 지원책을 마련하든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도매시장은 횟집과 달리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위안을 삼는 상인도 있었습니다. 킹크랩과 대게, 랍스터 등을 유통하는 최모(66) 씨는 “오염수를 30년 동안 뿌린다고 하는데 사람들이 안 먹어도 그때까지 안 먹겠냐”며 “당분간은 장사가 안 될 거다. 당장 무슨 기대를 할 수 있나. 그냥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은 찾은 손님들은 수산물을 먹어도 정말 괜찮은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주부 황모(52) 씨는 “근처에 살아 수산시장을 자주 찾는데 오염수가 방류되면 아무래도 수산물을 꺼리게 될 것 같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가락동 수산시장 건물 외벽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현수막이 보인다. (사진=안창현 기자)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