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유럽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의 가격이 또다시 인상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통의 명품 브랜드 샤넬(Chanel), 프라다(Prada)를 비롯해 시계 브랜드인 피아제(Piaget)까지 다양한 제품군에 걸쳐 인상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까닭입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은 최근 호주, 일본 등 해외 국가들에서 가격 인상에 나섰습니다. 호주에서는 '클래식 플랩백 미디엄'이 호주 달러 기준 1만5710달러에서 1만6910달러(약 1447만원)로 7.64% 올랐고, 일본에서는 체인 지갑(WOC: Wallet on Chain) 가격이 50만엔(약 454만원)을 넘어섰습니다.
보통 샤넬은 해외에서 가격을 인상한 후 국내에서 가격을 높이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때문에 국내에서 샤넬 제품의 가격 인상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입니다.
샤넬은 국내에서 이미 올해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한 바 있는데요. 이번에 인상된다면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가격이 오르는 셈입니다.
최근 인상을 통해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은 종전 1367만원에서 1450만원으로 가격이 뛰며 인상률이 6.07%에 달했습니다. 또 '클래식 스몰 플랩백'은 1311만원에서 1390만원으로 6.03% 올랐고, '클래식 라지 플랩백'은 1480만원에서 1570만원으로 약 6.08% 급등했습니다.
프라다도 지난달 초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단행했는데요. 주요 제품의 인상폭은 최소 10만원에서 4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고, 특히 인기 제품인 '프라다 리에디션 리나일론 호보백'은 15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뛰었습니다.
명품 시계 브랜드인 튜더(Tudor)도 올해 벌써 두 번째로 가격 조정에 나섰습니다. '블랙베이' 스틸 모델의 경우 케이스 직경 41㎜ 크기 기준, 브래슬릿(메탈밴드) 적용 시 가격이 452만원에서 547만원으로 21% 급등했습니다.
또 피아제도 이달부터 시계 가격을 4~5% 인상하는데요. 이미 피아제는 지난 5월에도 시계 가격을 10%가량 높인 바 있습니다.
이처럼 명품 업체들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잘 팔리기 때문입니다. 배짱 영업을 해도 꾸준히 수요가 형성되니 업체 입장에서는 주기를 오히려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이죠.
게다가 명품을 다루는 채널이 다변화되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과거 명품 구매를 위해서는 백화점이나 면세점을 빼면 불가능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만 발품을 팔면 '발란', '머스트잇' 등 온라인 명품 플랫폼 등에서도 명품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고물가, 경기 불안 지속에 따른 소비심리의 양극화로 명품 소비가 더 심화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불황 지속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의류 소비 행태 역시 제조·직매형 의류(SPA)처럼 아예 저렴한 제품을 찾거나, 아니면 명품과 같이 사치재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명품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격언으로 통한다지만, 비쌀수록 잘 팔린다는 심리를 이용한 업체들의 상술은 분명 문제"라며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업체들의 이 같은 인상 행렬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 한 백화점에 샤넬 핸드백이 진열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