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역대급 엔저 현상과 일본 증시 활황으로 일학개미들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 주식 투자 열기에 맞춰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일학개미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증시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의 추가 상승을 점치고 있는데요. 운용업계에서도 일본 지수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이 아닌 개별 섹터 ETF 출시를 예정하면서 다양한 투자상품을 준비 중입니다.
일학개미, 세달 연속 1억달러 이상 순매수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1억1041만달러를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8월 946만달러를 순매수한 것에 비해 1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6월(1억1302만달러)과 7월(1억5388만달러)에 이어 세 달 연속 1억달러 넘게 순매수세를 기록했는데요. 지난 5년 간 2020년 7월(1억7269만달러), 2021년 3월(1억7537만달러)을 제외하고 1억달러 이상 일본 주식을 순매수한 달은 없었습니다.
올해 국내 투자자 일본 주식 순매수 현황 (그래픽= 뉴스토마토, 자료=한국예탁결제원)
예탁원을 통한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주식 보관금액도 증가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보관액은 31억221만달러로 지난해 말(26억1108만달러)보다 18.81% 증가한 바 있는데요. 지난달 기준 34억3649달러로 두 달 만에 10.78% 늘어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국 주식 보관액은 31억2197만달러로 2014년 1월 이후 9년 8개월여 만에 일본 주식 보관액이 중국을 넘어섰습니다.
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며 일본 증시가 활황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본 도쿄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7월 3일 3만3753.33포인트로 장을 마감하며 1990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이후 다소 조정을 겪었지만 최근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3만3000선에 도전 중입니다.
닛케이225 지수 올해 흐름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인베스팅닷컴)
일본 증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증권업계에서도 일학개미를 겨냥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 4일부터 일본 주식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오는 12월 31일까진 일본 주식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거래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합니다. 신한투자증권도 전 고객에게 일본 주식 온라인 매수 수수료 무료 이벤트에 나섰습니다.
KB증권은 지난달 리서치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는데요. 자산배분전략부 내 신흥시장팀을 아시아시장팀으로 개편해 일본 주식 분석 강화에 나섰습니다. 지난달 2일 히타치를 시작으로 키엔스, 화낙, 닌텐도, 소프트뱅크 그룹 등 일본 증시 종목들의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완만한 상승…중장기적 재평가 가능성
증시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향후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일본의 1분기(4~6월) 실적발표 결과 기업 70%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앞으로도 기업 실적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존재합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대비 엔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는데 기업들이 작년에 가격 인상을 진행해서 가격 인상 효과와 엔화 약세가 같이 맞물려 기업 실적이 확대됐다"며 "연간으로 보면 80% 상당 수준의 기업이 호실적을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 경제가 살아나는 점도 증시 상승 요인입니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 6.0%로 집계됐습니다. 일본 경기가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 연구원은 "연말까진 매크로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본증시는 상승하겠지만 완만한 상승으로 갈 것"이라며 "닛케이225지수는 2만8000~3만4000 수준이 예상되고 추가 상승한다면 상단은 3만8000까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단기적인 상승 추세와 더불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일본증시는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일본증시는 단기적으로 최근 상승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재평가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반도체 공급망, 주주 환원 강화 등으로 재평가되면 가격도 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김 본부장은 "자산배분 측면에서 해외증시가 30을 차지하면 미국이 22, 나머지가 8이었는데 예전보다 일본증시에 대한 비중을 늘려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일본 반도체 기업 투자하는 ETF도 등장
이런 상황에서 운용업계에선 일본증시 개별 섹터 ETF를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464920)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일본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업체 관련 20종목에 투자하는 ETF로 국내 최초 일본 반도체 소부장 기업 ETF입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올해 일본 주식시장 강세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일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ETF는 닛케이, 토픽스 등 일본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밖에 없었다"며 "일본 주식시장은 거래단위(100주)가 높아 투자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해당 상품 출시를 통해 ETF라는 편리한 투자 수단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삼성자산운용은 일본 반도체 기업이 담긴 ETF를 지난 2월 상장했습니다. KODEX 아시아반도체공급망exChina액티브(446690)는 일본을 포함해 한국, 대만 등 아시아 3국 반도체 핵심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데요. 지난 4일 기준 일본 투자 비중이 31.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운용업계에선 일본 ETF 관련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이달 중순께 'TIGER 일본반도체FactSet'을 상장할 계획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언제 내겠다는 계획은 없지만 일본 반도체 등 산업 쪽에 대해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