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뉴델리 마하트마 간디 추모공원인 라즈가트를 방문해 헌화에 앞서 대기실에서 리창 중국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북중러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었습니다.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북 대응을 강조한 윤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연일 경고 메시지를 냈습니다. 러시아의 전쟁 상대국인 우크라이나에 2024년 3억달러, 2025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20억달러를 지원하는 안도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중국의 대북 역할론'을 띄운 윤 대통령은 중국엔 협력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또 한일 정상회담에선 한일중 정상회의 개최를 잘 준비해나가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공고해진 '한미일 협력'을 지렛대로 삼아 대북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푸틴에 경고장 던진 윤 대통령…중국엔 '손짓'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인도네시아·인도 순방과 관련한 5박7일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귀국했습니다. 이번 순방에서 가장 관심을 받은 대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대신해 정상회의 일정을 소화한 리창 중국 총리와의 한중 회담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중국의 2인자'로 불리는 리창 총리와 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한중 관계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또 전날엔 인도 뉴델리의 간디 추모공원에서 리 총리를 다시 만나 "연내에 리 총리를 다시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시 주석에게도 각별한 안부를 전해달라"고 거듭 당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앞둔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중국에 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습니다. 지난 5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와 인터뷰에서 "한일중 3국 간 협력도 다시 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했고, 다음날 6일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선 "한일중 3국 협력 활성화는 아세안+3 협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관전 포인트는 한국이 의장국으로 추진해 온 '한중일 정상회의' 연내 개최 여부입니다. 미중 모두 극단적 대립을 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국이 북러와의 연대를 더욱 강화해 미국을 자극하는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하나의 지구' 세션에 참석해 있다. (사진=뉴시스)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한반도 정세 방향타
특히 당장 연말로 예정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신냉전 군사대결 구도가 격화되는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한 발 빼는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작지 않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은 기본적으로 한미일이 동맹으로 가는 데 대한 빌미를 주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김 교수는 "중국은 어느 순간에 한국이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등의) 선을 넘는다고 판단하면 더 이상 양국의 관계를 개선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을 주목했습니다.
그럼에도 연말까지 한중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돼 양측이 군사협력에 뜻을 모을 경우 한중 관계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될 수 있는데, 전날엔 미국·캐나다의 군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강하게 반발한 중국이 군용기와 군함을 대만 인근에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한미 정상은 전날 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에서 하루에만 3차례 회동해 환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갈라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계 공고화가 인도태평양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