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개막한 'IAA 모빌리티 2023'가 엿새간의 일정을 마치고 10일 막을 내렸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저마다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선보이며 친환경차 각축전을 벌였는데요. '커텍티트 모빌리티 경험(Experience Connected Mobility)'이라는 슬로건처럼 이번 모터쇼는 전동화, 전장, 자율주행 등 모든 영역을 하나의 전기차로 연결하려는 업체들의 시도가 엿보였습니다.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 2023 오픈 스페이스 전경.(사진=황준익 기자)
특히 유럽시장 확대를 노리고 신차 물량 공세에 나선 중국 완성차 업체 행보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신차가 주인공인 모터쇼에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최초 공개 모델은 없다시피 했고 완성차 업체들의 참여도 떨어져 모터쇼 위상이 예년 같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11일 IAA에 따르면 38개국 750개 전시업체, 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이번 모터쇼를 찾았습니다. 주말인 지난 9일에만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IAA 오픈 스페이스를 방문했습니다.
안방에서 열린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를 선보이며 저마다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강조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콘셉트 CLA클래스.(사진=황준익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콘셉트카 CLA클래스를 처음 선보였는데요.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하는 CLA클래스는 벤츠의 새 전기차 플랫폼인 모듈형 아키텍처(MMA) 플랫폼을 기반으로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최대 750km에 달합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CLA클래스는 완전히 새로운 전기차 포트폴리오의 선구자로 진정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4종의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BMW는 2025년 출시될 차세대 전기차 콘셉트카 '노이에 클라쎄'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현재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는 각각 30% 빨라지고 길어집니다.
폭스바겐 ID.GTI 콘셉트.(사진=황준익 기자)
뉴 미니 컨트리맨.(사진=황준익 기자)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ID시리즈와 고성능 전기차 'ID. GTI'의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2027년까지 2만5000유로(약 3600만원) 이하의 콤팩트 모델부터 패밀리 세단에 이르기까지 전기차 11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이 내세운 차는 모두 콘셉트카였습니다. 구체적인 성능이나 출시 일정에 대한 언급은 빠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3사 모두 빠르게 전동화를 추진한다고 강조하지만 이에 맞는 전기차는 아직 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협업 발표 등 굵직한 내용도 모터쇼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에서도 "모터쇼의 주인공은 중국차" 등 유럽이 중국차 공습에 긴장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울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전시장에 방문해 "중국 기업을 의식한 듯 "경쟁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독일 기업들이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BYD 전기 SUV '씰U'.(사진=황준익 기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는데요. 전 세계의 관심도 이들에 쏠려 중국 전기차를 보기 위한 취재진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 수백명이 부스로 몰려들기도 했습니다.
중국 전기차 선도 업체 BYD는 이번 모터쇼를 기점으로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구체화했습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씰(SEAL)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씰 U(SEAL U)'를 새롭게 공개하며 유럽에 선보인 전기차 모델을 총 6종으로 늘렸습니다. 동시에 메르세데스-벤츠와 협력해 만든 브랜드 덴자(DENZA) 또한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마이클 슈 BYD 유럽 대표는 "BYD에게 유럽은 전략 시장"이라며 "독일 뮌헨에서 7~8월 순수전기차 판매 1위를 달성했고 유럽 다른 지역에서도 약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BYD외에도 리프모터, 샤오펑, 세레스(SERES), 둥펑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 업체가 대거 참가해 유럽 진출을 알렸습니다. 리프모터는 전기 중형 SUV C10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내년 독일 시장 출시를 선언했고 샤오펑은 테슬라 옆에 부스를 차리고 전기차 P7·P9을 공개하며 내년부터 독일, 프랑스, 영국까지 시장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IAA 모빌리티 2023 메인 전시장 뮌헨 메세.(사진=황준익 기자)
IAA 모빌리티가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지만 이번에는 주목할 만한 전기차 공개가 없었습니다. 유럽 완성차 업체 중 세계최초 공개(월드 프리미어) 전기차는 미니(MINI)의 쿠퍼 3도어와 뉴 컨트리맨 등 2종뿐이었습니다.
또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불참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힙니다. 우선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토요타 등 한국·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불참했고 유럽 2위 자동차그룹 스텔란티스와 제너럴모터스(GM), 재규어 랜드로버,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도 빠졌습니다. 완성차 업체의 빈자리는 부품, 전장, 자율주행 업체들이 채웠는데요. 이에 모터쇼가 더 이상 일반 관람객 대상이 아닌 업체간 비즈니스의 장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IAA는 이번 모터쇼를 메인 전시장인 '뮌헨 메세'와 마리엔광장 근처 '오픈 스페이스' 두 곳에서 진행했습니다. 미디어 컨퍼런스와 기술 발표 등은 뮌헨 메세에서 진행됐고 신차 및 자동차 전시는 오픈 스페이스에서 이뤄졌습니다. 이에 뮌헨 메세에는 업계 관계자들이, 오픈 스페이스에는 일반 관람객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젠 신차 전시 위주의 모터쇼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특히 현재는 전동화로 나아간다는 선언과 콘셉트 전기차 모델을 보여주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실물 공개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