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조진웅 응원한 소설가 방현석 “홍범도 논란은 ‘민주주의 위기’”
“처음 길 만들어 준 조진웅 고맙다…10명, 100명이 함께 갈 수 있다”
입력 : 2023-09-13 오후 3:55:09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대단히 용기 있고 의미 있는 발언이라 생각한다.”
 
홍범도 장군 일대기를 그린 소설 <범도>를 쓴 방현석 중앙대학교 교수는 배우 조진웅에게 감사의 마음부터 전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를 이념 논쟁으로 뒤덮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대중문화계 최초로 소신 발언을 그의 용기에 대한 응원이었습니다. 동시에, 일련의 문제 제기조차 두려워하는 공인들의 처세를 한탄하며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설 <범도>의 작가. 방현석 중앙대학교 교수. 사진=뉴시스
 
앞서 방 교수는 배우 조진웅의 본지 인터뷰 직후 자신의 SNS에 “그의 용기에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국민 특사 조진웅 자랑스럽다. 이것이 국민 배우의 포스”라고 적은 바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방 교수에게 좀 더 자세한 입장을 듣고자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방 교수는 1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홍범도 장군 논란에 모두가 침묵하는 현상을 짚으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방 교수는 “가슴 아픈 일은 (홍범도 장군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할 수 없게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라며 “사람들의 양심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상황이 우리 사회의 현 주소”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 양심의 자유 억누르고 있어"
 
그는 홍범도 장군을 널리 알린 영화 <봉오동 전투>의 연출감독과 출연배우 류준열, 유해진, 최민식 등의 '의도적 침묵'에 대한 자신의 견해도 전했습니다. 방 교수는 “각 분야 많은 사람들이 영화와 작품에 참여했고, 홍범도 장군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표했다. 그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 말할 수 없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준다”며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억누를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민주 사회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KBS 1TV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의 한 장면. KBS
 
방 교수는 인터뷰 말미에 조진웅의 소신 발언을 접한 뒤 자신의 소설 ‘범도’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길이 막혀 나아갈 곳이 보이지 않자 홍범도 장군이 몸을 낮춰 토끼와 사슴이 다니는 길을 찾은 대목입니다. ‘길이 좁아 한 명 밖에 지나가지 못하는데 이 길로 많은 병력이 갈 수 있냐’는 물음에 홍범도 장군은 “한 명이 갈 수 있는 길은 100명도 갈 수 있고 1000명도 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방 교수는 “조진웅 배우와 같은 용기 있는 한 사람이 앞장서 가는 길에 많은 배우들, 작품에 참여한 사람들, 관객들, 팬들이 함께 모여 10명, 100명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00명, 1000명이 갈 수 있도록 처음 길을 만들어준 조진웅에게 큰 고마움과 격려를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용기 있게 자기가 생각한 바를 발언한 조진웅을 높게 평가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KBS 1TV 다큐멘터리 '국민특사 조진웅, 홍범도 장군을 모셔오다'의 한 장면. KBS
 
조진웅은 지난 1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관련해 “사람이 어떤 상황에 대한 의견이나 생각을 말할 때, 혹은 어떤 질문이나 의구심과 논란으로 말미암아 회자돼 구설이 될 때, 논제가 정확하고 보편타당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 상황은 정상 범주에서 논리 준함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내 스스로가 이 질문에 답을 한다는 자체가 너무나도 처참하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이어 이번 논란을 야기한 당사자들을 향해 “질문의 발생자들이여, 진정 그대들은 목숨 걸고 이 나라를 일구게 한 선조 선배들의 큰 뜻을 헤아려나 보았는가”라며 “목숨을 담보로 지켜낸 이 땅에 우리는 당당하고 있는가, 이런 감정적 호소가 지금 이 시기에 마땅한 읍소인가”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난 가슴 아프지도, 주먹으로 맨땅을 치는 일도, 술을 먹고 한탄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그저 웃으련다. 어이가 없어 웃으련다. 참 웃퍼서(웃기고 슬퍼서), 고개를 들 수 없어 웃으련다”고 전했습니다. 
 
배우 조진웅이 먼저 한 사람의 발걸음을 뗐습니다. 매우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길은 만들어졌습니다. 그가 외롭지 않도록 100명, 1000명의 걸음이 모아지길 바랍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