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법무부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수사준칙)'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을 마쳤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수사준칙이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 권한 확대에 치우친 나머지, 사실상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사준칙 개정안은 11월1일부터 시행됩니다. 경찰의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무색해지는 독소 조항"
법조계에서는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에 대한 기한 설정을 '독소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의 보완수사 전담 원칙을 폐지하고, 검사가 보완수사· 재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은 3개월 내 수사를 끝내야 합니다.
보완수사는 경찰에서 검찰에 송치를 하면, 검찰이 바로 기소하지 않고 다시 수사를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또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은 재수사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현 수사준칙은 2021년 시행됐습니다. 이러한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지난해부터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기존 6대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줄었습니다.
검찰은 시행령 개정 등으로 줄어든 직접 수사 권한을 타개하고 있는데, 수사준칙 또한 그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경찰 인력 등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반하고 있어, 사실상 검·경이 협업보다는 또 다른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나 재수사 요청을 경찰이 빠르게 이행하지 않아 국민들이 불편하다는 것은 시행령을 바꾸기 위한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며 "견제와 균형을 위해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놓고 인력 상황 고려 없이 시행령만 바꾸는 것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에게만 제한된 보완수사·재수사 기한
경찰의 수사 지연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는 해도, 검찰의 수사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신속히 해결될 거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3개월 내 경찰이 보완수사를 하기 힘들 정도의 사건이거나, 검찰이 선별적인 보완수사를 주문할 경우 이는 오히려 타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검·경의 이른바 사건 '핑퐁' 등 송치와 보완수사가 반복되는 이의신청 사건은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대상에서 빠졌는데, 이는 검찰이 입맛에 맞는 사건만 선별적으로 직접 수사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김태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팀장은 "경찰의 수사 지연은 인력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책임을 경찰에게만 묻고 검찰 권한만 확대했다"며 "규정 자체도 모호해 검·경 상호협력이 아니라 검찰이 경찰을 수사 지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한 법학 교수는 "경찰에게 독소 조항이라는 시각이 만연한데도,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의 별다른 이의가 없다"며 "지난해 행안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내용의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했던 총경들이 좌천되는 등 공포정치 속에서 누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겠냐"라고 비판했습니다.
법무부. (사진=윤민영 기자)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