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수사할 때 써야 하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일부가 검사실 공기청정기 대여나 전출 검사의 기념사진 촬영 등 원래 목적에 맞지 않게 쓰인 내역이 공개됐습니다.
해당 사실을 검증하고 폭로한 시민단체·언론은 국정조사 및 전면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는데, 검찰은 일부 소규모 지방 검찰청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수사와 무관한 지출, 연말 몰아쓰기 등 적발”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 등 6개 언론사로 구성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14일 전국 고등검찰청, 지방검찰청과 지청 중 56개 검찰청의 특활비 집행 내역을 분석해 공개했습니다.
취재단에 따르면, 광주지검 장흥지청은 2020년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총 55만 8400원을 공기청정기 임대 비용으로 지출했습니다.
또 지난해 3월엔 기념사진 명목으로 특활비 10만원을 지출한 기록도 있었습니다.
취재단은 검사장이 연말이나 퇴임, 이임 전에 특활비를 몰아서 집행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고도 밝혔습니다.
취재단은 “2019년 7월 퇴임한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은 1900만원을 몰아 썼다”며 “검찰을 그만두고 떠나는 사람이 기밀 수사에 필요한 특활비를 한꺼번에 몰아 쓴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은 2018년 6월에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는데 한 달간 4179만원을,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은 2018년 6월에만 3966만원을 썼다”고 주장했습니다.
취재단은 수사와 무관해 보이는 지출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주지검은 2018년 6월 총무과·사건과·집행과에 특활비 250만원을 집행했고 대전지검 논산지청은 202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무팀장에게 합계 44만 8000원을 지급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취재단은 “지금껏 드러난 사실들을 보면 특활비가 기밀 수사 활동에 실제 사용되는 금액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며 “국회가 나서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뉴스타파 등 단체로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 취재단'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극히 일부 소규모 청에서 오집행”
반면 검찰은 “극히 일부 소규모 청에서 예산 항목을 오집행한 소액의 지출 사례가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 교육과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검찰청은 이날 해명자료를 통해 장흥지청의 공기청정기 임대 비용 55만원은 자체 점검해 집행을 중단했고, 기념사진 촬영비로 집행된 10만원은 환수 조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비수사 부서 특활비 집행’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정보활동은 수사·비수사 부서로 일률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우며, 비수사부서 소속이라고 하더라도 수시로 수사·형집행 업무에 투입·편성되어 업무를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특활비 몰아쓰기’에 대해서는 “모두 수사 등 업무상 필요에 따라 목적과 용도에 맞게 사용됐다”며, “언론에 보도된 집행 내역은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를 위한 잠복근무, 압수수색 현장 수사 지원, 재산형 집행을 위한 정보수집 활동 등 사용 목적에 집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이번 특활비 내역이 공개된 것은 지난 3월 대법원이 ‘대검찰청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지출한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와 증빙 서류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기 때문입니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