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계의료급여 부정수급자 단속을 위해 포상금 제도를 운영키로 했습니다. 오는 29일부터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으로 의료급여를 받은 사람을 신고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어요.
의료급여는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인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이 때문에 소득이 높고 재산이 많은 사람이 의료수급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의료급여를 받는 것은 분명 문제입니다. 환수와 처벌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소득이 낮은 사람이 부정수급을 했을 경우에 대한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병원비를 낼 능력이 없어 진료를 받지 못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지인의 의료급여수급증을 이용해 진료를 받은 경우에도 환수와 처벌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
현재 약 65만명의 사람이 기준중위소득 40% 이하이지만,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인데요. 주거·교육급여에는 폐지됐지만, 의료급여에는 따로 떨어져 살아도 가족 구성원 중 소득이 있으면 지원에서 배제하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아직 적용되고 있습니다.
65만명의 사람이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저소득층의 '의료급여수급증 돌려쓰기'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보건복지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너무 먼 미래 이야기 같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의료급여 주요 통계'를 보면 작년 기준 의료급여 수급자는 151만7000명입니다. 이들은 총 10조478억원 규모의 의료급여를 받았습니다. 의료급여 지출은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7조6354억원이었던 의료급여 지출은 2019년 8조3855억원, 2020년 8조8290억원, 2021년 9조5021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매년 6000억원씩 증가세입니다.
의료급여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부정수급 단속 강화도 필요한 게 맞습니다. 그러나 포상금 제도가 꼭 좋은 대책 같지만은 않습니다. 부정수급자 적발을 국민들의 신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