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페이스북 트윗터
군산 교사 유서에 담긴 '업무 폭풍'…다른 교사들 "동병상련"
상당수 교사들, '과도한 업무'로 힘들어해…행정 지원 업무 등
입력 : 2023-09-20 오후 3:04:22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의 '과도한 업무 부담'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교권 침해'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 부담'이 교사 극단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공식 업무에 비공식 업무까지 맡아…"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없다"
 
20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전북 군산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교사의 유서에는 업무 관련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유족은 해당 교사가 지난달 30일과 31일 휴대전화 메모장에 남긴 유서를 공개했는데 "아침부터 점심까지 미친 충동이 일어나다가 갑자기 1시부터 안정됐다. 그런데 또 업무 폭풍 오면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고", "모든 미래, 할 업무들이 다 두렵게 느껴진다"는 구절이 눈에 띕니다.
 
이 교사는 군산의 작은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 및 방과 후·돌봄·정보·생활·현장 체험 학습과 같은 여러 공식적인 업무에다가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까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족 측도 "평소 고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언급하면서 업무 가짓수가 너무 많아 힘들어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7월 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이초 교사도 "금요일과 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처짐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월요일 출근 후 업무 폭탄과 학생 난리가 겹쳐 그냥 모든 게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고 일기장에 적은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학교 현장의 상당수 교사들이 이들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업무'에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교직 생활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교육과 무관하고 과도한 행정 업무 및 잡무'라는 응답이 18.2%를 차지해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을 보였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초등학교 담임교사의 경우 맡고 있는 학급 경영 업무가 셀 수 없이 많은 데다 행정 지원 업무와 각종 비공식 업무까지 하면 정말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없을 정도"라며 "현장 체험 학습을 간다고 하면 사전에 계획 수립·사전 답사·경비 산정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 당일에 버스 안전 점검·운전기사 음주 측정·학부모에게 안내 문자 발송·현장 체험 학습 비용 정산 등 수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과도한 업무 부담'이 교사 극단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를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은 교사가 교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행정 업무 시간 늘고 수업 시간 줄어…전문가 "학교 행정 인력 늘려야"
 
교사들이 행정 업무에 소요하는 시간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5월 공개한 '교사의 직무 수행 변화 분석과 향후 과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교사가 일주일 동안 행정 업무로 소비하는 시간은 지난 2018년 5.30시간에서 작년 7.23시간으로 2시간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제 수업 시간은 18.11시간에서 16.47시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전문가는 국가와 사회가 교사를 전문 직종으로 인정하지 않아 수업 외에 다른 많은 업무를 하도록 두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의사·법조인 등은 전문 직종으로 보고 본연의 업무만 할 수 있도록 다른 업무를 전담할 인력을 충분히 제공하지만 교사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학교에도 지금보다 많은 수의 행정 인력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인공지능(AI)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학교 현장의 잡무도 이를 통해 줄여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결국 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늘려줘야 한다"며 "일부 혁신학교의 경우 교사 2~3명으로 팀을 만들어 잡무를 많이 맡는 대신 수업을 줄여주기도 하는데 곧바로 행정 인력을 늘리기 힘들다면 이 같은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도한 업무 부담'이 교사 극단 선택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이를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프는 교사의 직무 수행 세부 활동별 사용 시간(그래프 = 한국교육개발원)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장성환 기자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