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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추가인상 '저울질'에 다시 '물가 공포'
방문규 산업장관 취임사에 '전기요금' 빠져
입력 : 2023-09-20 오후 5:23:32
 
[뉴스토마토 이민우·조용훈 기자]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으로 한국전력의 재무상황 악화가 우려되자, 정부도 하반기 전기요금을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사실상 저울질에 나선 모습입니다.
 
특히 관계부처·기관 수장으로 첫 업무에 돌입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의 추석 연휴 이후 전기요금 복안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입니다. 한전의 경영난 타개와 물가 자극 우려의 이중고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방문규 산업부 신임 장관은 20일 취임사를 통해 공식 업무에 돌입했지만 수출총력·원전 생태계 조기 복원만 강조한 채, 전기요금과 관련한 발언은 아꼈습니다.
 
현재 정부는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검토 중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을 시기부터 누적돼 200조를 넘어선 적자를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한 모습입니다. 여기에 올해 적자를 내면 한전의 자금줄인 채권 발행이 막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론에 힘이 더 실리고 있습니다.

누적 적자 200조…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한국전력공사법을 보면, 한전은 자본금과 적립금의 최대 5배의 채권 발행이 가능합니다. 한전 적립금 20조9200억원을 고려하면 총 104조6000억원까지 채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8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약 80조원입니다. 올해 6조원 이상 적자를 보일 경우 추가 한전채 발행이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전의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한전은 올해 6조3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예상했습니다. 내년부터 사실상 추가 채권 발행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전기요금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이유입니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전기요금 인상 문제를 협의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기요금'이 가장 큰 관심사로 부상했지만 방 장관 취임사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방문규 신임 장관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전기요금 고지서 모습. (사진=뉴시스)
 
전기요금 인상, 추석 이후 발표 가능성 ↑
 
방 신임 장관은 취임 직후 소비자물가와 직결되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내놓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입니다. 더구나 내년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만큼, 요금 인상안 발표는 추석 이후로 미뤄질 전망입니다.
 
통상 정부는 매 분기가 시작되기 직전 달의 21일까지 전기요금의 일부인 '연료비조정단가'를 발표합니다. 연료비조정요금은 연간 킬로와트시당 5원 범위에서 미세 조정되는데, 이미 연간 상한선을 다 채운 만큼 '동결'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용 전력량에 따라 부과하는 요금인 '전력량요금'입니다. 전력량요금의 조정 시기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 시점이 21일 이후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가가 오르면 한전 재무 상황이 안 좋다고 올리라고 해놓고 유가를 조정하면 요금 폭탄이라고 한다"며 "무겁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지난 19일 새로 임명된 김동철 한전 사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습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201조원의 한전 부채는 연 매출 전체를 3년 내리 쏟아부어도 다 갚지 못할 지경이다. 사채발행도 한계"라며 "국제연료가격 폭등과 탈원전 등으로 상승한 원가를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국제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 정상화는 더더욱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00달러 넘보는 국제유가…물가 '꿈틀'
 
문제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와 환율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할 태세입니다. 세계 3대 유종인 서부텍사스유와 브랜트유, 두바이유 모두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상황입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조치가 12월 말까지 연장되는 것을 고려하면 국제유가는 연중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시스템인 오피넷을 보면 지난 6월 1569원까지 떨어졌던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20일 오후 3시 기준 1779원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하루 평균 2.6원씩 꾸준히 증가한 것입니다. 경윳값도 같은 기간 1379원에서 1681원까지 급증했습니다. 
 
생산자물가지수도 국제유가 급등 시점부터 우상향 곡선을 보이는 등 소비자물가 상승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올여름 폭우의 여파로 농림수산품 가격이 크게 올랐고, 기름값이 뛰며 공산품 가격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8월 생산자물가지수'를 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2로 직전 달보다 0.9% 올랐습니다. 지난 7월 0.3% 오른 데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농림수산품은 지난달보다 7.3% 올랐습니다. 농산물 13.5%, 축산물 1.5%씩 올랐습니다. 공산품의 경우 석탄 및 석유제품이 11.3%, 화학제품 1.4% 씩 오르며 전월 대비 1.1% 상승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제유가는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다"며 "100달러를 넘어설 경우 경기와 물가에 부담 요인이 되는데, 아직 불확실한 게 많아 예의주시하며 물가 상승에 대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자물가는 여름까지 안정세를 보였으나, 기저효과 등으로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에 유가까지 올라 한동안 상방 압력은 더욱 세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방문규 신임 장관이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전통시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조용훈 기자 lmw3837@etomato.com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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