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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먹튀방지법, 한경협이 반대
정무위 통과한 법안, 법사위서 표류
입력 : 2023-09-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4대 그룹을 당긴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경련)가 소위 ‘대주주 먹튀방지법’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라덕연 사태 후 급물살을 탔던 법안은 소관위를 통과하면 입법이 수월했던 관행도 깨고 법사위서 폐기될 위기를 맞았습니다.
 
25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앞서 법안 반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던 상장회사협의회 외에도 한경협이 국회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들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면 매매 시기를 선택할 자유는 보장돼야 하고 이를 제한하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형벌, 과징금 등 법안 규제에 따른 처벌 수준이 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이로 인해 정무위를 통과해 법사위도 무난해 보였던 법안은 갑자기 제동이 걸렸습니다. 법사위 소속 여당 의원은 이들 단체의 의견을 들어 법안을 2소위에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2소위는 정계에서 ‘법안의 무덤’으로 불립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대주주에 보유주식을 장내 매도 시 사전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입니다. 주요 주주가 보유주식을 장내 대량 매도하면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는 취지입니다.
 
법안은 작년에 발의됐지만 국회 처리가 미뤄졌다가 라덕연 사태 후 ‘대주주 먹튀방지법’으로 불리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며 정무위서 신속 처리됐습니다. 법안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에도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당초 금융위가 정부 입법 발의를 준비했지만 속도가 더뎠습니다. 그러다 라덕연 사태가 터지자 불똥이 튈까 우려한 금융위가 뒤늦게 급해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사위서 여당 의원이 제동을 걸어 만장일치가 관행인 국회 통과는 쉽지 않게 됐습니다. 통상 소관위를 통과하면 법사위도 수월해지는 게 국회 관행이었으나 한경협 등이 반대 목소리를 내자 흐름이 바뀐 것입니다.
 
대통령 국정과제를 여당 의원이 반대하는 것은 이색적이나 한경협이 나선 것은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선대위원장 출신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직무대행이 여전히 한경협 고문으로 남아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그룹을 회원사로 끌어들인 한경협은 여론반감을 의식해 싱크탱크로의 쇄신을 약속했지만 대주주가 걸린 문제에 민감합니다.
 
이용우의원실 관계자는 “실리콘밸리은행 회장이 파산 발표 전 주식을 매도해 논란이 된 바, 사태를 경험한 미국은 매도 1개월 전 사전 공시하던 제도를 6개월까지 강화했다”며 “만장일치 통과가 어렵겠지만 법사위 계류 중이라 아직 기대는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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