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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배만 불린 에이블씨엔씨, 소액주주 ‘분통’
최대주주 200억 배당에 회사 곳간은 '텅텅'
입력 : 2023-09-2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화장품 브랜드 ‘미샤’ 등을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078520)가 대규모 중간 배당을 결정했습니다. 에이블씨엔씨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작년부터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연되고 있는데요. 인수금융 상환과 사모펀드의 ‘엑시트’를 위해 회사의 ‘곳간’을 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에이블씨엔씨는 최근 1주당 127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습니다. 배당총액만 330억원으로 에이블씨엔씨 시가총액의 10%에 달합니다. 지급예정일은 10월18일로 배당기준일은 10월4일입니다. 배당을 받기 위해선 2영업일 전인 10월2일까지 에이블씨엔씨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야합니다.
 
사모펀드 운용사 IMM PE는 지난 2017년 에이블씨엔씨를 인수했는데요. 당시 최대주주 구주 지분 25.54%를 1882억원에 인수했으며, 이후 공개매수와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3039억원의 자금을 투입. 에이블씨엔씨의 지분 61.52%를 확보했습니다. 이번 중간배당 결정으로 IMM PE에게 돌아갈 배당금은 203억원에 달하죠.
 
이에 일각에선 IMM PE가 엑시트를 위해 회사의 곳간을 활짝 열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에이블씨엔씨가 중간배당을 위해 사용하는 금액은 330억원인데요. 이는 올해 반기 기준 에이블씨엔씨 현금성자산총액(387억원)의 85.27%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IMM PE는 에이블씨엔씨 인수 당시 163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활용했고, 보유지분 전량을 대주단에 담보로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인수금융 만기가 돌아오자 대주단이 연장을 거부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죠. 현재는 IMM PE가 대주단에 연체이자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IMM PE는 작년 에이블씨엔씨 매각을 추진했으나 가격에 대한 원매자와의 이견으로 매각이 불발됐습니다. 올 상반기 진행된 매각 절차에서도 인수후보들은 1000억원대 초반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계에선 IMM PE가 에이블씨엔씨 매각에 실패하고 EOD가 발생한 지난해부터 투자금 중간 회수를 위해 배당을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에이블씨엔씨가 작년 말 주주총회를 통해 주식발행초과금 대부분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기 때문인데요. 
 
주식발행초과금 등 자본잉여금은 법정준비금으로, 자본전입 및 결손금을 보전하는 목적 이외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배당재원도 될 수 없죠. 다만 자본금의 1.5배를 초과하는 자본잉여금은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면 배당 등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추진 중에 주식발행초과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해 배당에 나서는 것은 M&A 과정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는 경우”라면서 “에이블씨엔씨의 매각 마지노선으로 IMM PE 인수금융 비용을 생각할 수 있는데, 배당을 통해 모자란 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에이블씨엔씨는 이번 배당으로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내외적 환경에 따라 영업활동을 통한 이익잉여금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섭니다.
 
실제 에이블씨엔씨는 2017년 IMM PE에 인수된 직후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영향과 로드숍 업계 불황 등으로 부진한 실적이 지속됐습니다. 2019년 흑자로 전환하며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으나 코로나19 사태와 경기 악화 등이 이어져 2021년까지 영업손실과 결손금이 쌓였죠. IMM PE가 인수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이 1530억원에 달합니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번 대규모 중간배당이 주주환원정책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이블씨엔씨는 “회사는 수년간의 노력의 결과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고, 향후에도 정기적인 배당을 통해 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실현, 책임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에이블씨엔씨가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사모펀드 엑시트를 위한 것이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샤 해외 매장 모습. (사진=에이블이엔씨)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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