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시골 전통시장을 찾았습니다. 나날이 줄어가는 방문객에 안타까운 마음이 컸는데, 그래도 추석은 대목답게 활기를 띄었습니다. 가장 북적이는 곳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전통시장 환급 행사'라는 안내판이 서 있었습니다.
지난 9월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는 농축수산물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추석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행사를 공동 개최했습니다. 전국상인연합회와 지자체가 함께 선정한 145개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산물과 수산물을 구매한 이들이 구매 영수증과 교환권을 행사 부스에 제시하면 온누리상품권을 받을 수 있는 행사입니다.
농축산물은 구매금액 3만4000원 이상 6만7000원 미만일 때 1만원, 6만7000원 이상일 때 2만원을 받을 수 있고, 수산물은 구매금액 2만5000원 이상 5만원 미만일 때 1만원, 5만원 이상일 때 2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매금액의 최대 30~4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돌려받을 수 있기에 그야말로 인기절정이었습니다.
행사기간 동안 1인당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은 2만원으로 제한됐습니다. 해당 부스 아르바이트생에 따르면 이번부터 제재가 강화돼 일일이 영수증을 아르바이트생 스마트폰으로 찍어 시스템에 올리고 성명, 전화번호를 입력해 기 수령자 여부를 가려낸다고 했습니다. 이전에는 임의로 성명과 전화번호를 적어내 부정 수령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환급 시간은 한없이 길어졌습니다. 일을 처리하는 이들도 정신이 없어보였습니다. 온누리상품권을 받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느냐는 신청자들의 질문에 담당자는 "지금 이름 적으시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답을 반복했습니다. 사람들은 명단에 자신의 이름과 형제자매, 지인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한없이 대기했습니다. 1인당 수령액이 제한돼 있어 온갖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나타나는 이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모두가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그렇게 많이 구매를 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물가가 올라 웬만한 상품을 집어들면 다 값이 꽤 나가지만 작정한 듯이 목록을 생성해 내는 이들을 보니 상인과 짜고 조작도 가능하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어떤 이는 사과 두 상자 샀더니 단골 과일가게에서 6만7000원짜리 영수증과 교환권 2장을 쥐어줬다고 합니다. 한 상자에 5만원도 채 되지 않는 사과 두 상자를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했는데 단골가게에서 6만7000원짜리 영수증을 임의로 발급해 준겁니다. 친한 사이니 온누리상품권 2만원을 환급하도록 기준에 맞춰줬다는 겁니다.
어쨌든 행사 덕에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대상 상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목을 치렀습니다. 물건이 달려서 못 팔 수준이라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으니까요.
그러나 언제나 양면은 존재합니다. 전통시장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한 농축수산물 상점은 죽을 쒔습니다. 환급행사 때문에 기존 손님마저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면서 추석 대목은커녕 평시의 3분의1로 매출이 떨어졌습니다. 이들은 오히려 대목이 두렵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전통시장 부근의 한 정육점 자영업자는 "전통시장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인접한 주변상권도 다 같은 자영업자인데 대목에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주변상권도 함께 지원해줘야 한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긍정적인 효과만 볼 것이 아니라 사각지대에 놓은 상점들도 두루 살펴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