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빗썸이 최근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노리며 기존 0.04~0.25%였던 가상자산 수수료를 없앴습니다. 한두 개도 아니고 빗썸에 상장된 가상자산 265종 전부가 대상입니다. 국내 업비트 쏠림 현상에 따른 고육지책인 셈인데, 빗썸의 이번 수수료 전면 무료화를 두고 업계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5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마켓 거래량 1위는 업비트입니다. 빗썸의 수수료 무료 정책 발표일인 4일 국내 5대 마켓 스팟 거래량(24시간)에서 업비트는 83%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이날 빗썸은 13.9%, 코인원 2.4%, 코빗 0.2%, 고팍스 0.1% 순이었습니다.
빗썸이 창립 10주년과 유동성 공급 효과를 내세워 4일 가상자산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사진=빗썸 웹사이트)
그렇다고 빗썸이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점유율을 올리려는 이유가 뭘까요.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전면 무료는 수익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뜻인데, 업비트 쏠림으로 고착화돼 왜곡된 시장에 정부가 손 댈 가능성도 안 보이는 상황서 독자 대응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단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빗썸의 '결단'은 당장 효과를 내는 듯합니다. 5일 기준 스팟 거래량에서 여전히 업비트가 국내 점유율 1위였지만 76.2%로 비율이 줄었고, 빗썸이 21.4%로 뛰었습니다. 그래도 빗썸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는 당장 수수료 정책 변경 없이 시장을 지켜보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국내 점유율에서 코인원(1.9%)과 코빗(0.16%), 고팍스(0.14%)는 전날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국내 시장에서 업비트의 독주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의 '한국 가상자산 시장 리포트 2022'에 따르면, 2021년 9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으로 은행 실명 계좌를 확보 못한 업체들이 원화 거래 지원을 중단하면서 5대 시장 체제가 굳어졌습니다.
이후 업비트는 2022년 10월 누적 1400조원 넘는 거래 대금을 기록해 82.7% 점유율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는데요. 이런 업비트도 사실 처음부터 줄곧 1등이었던 건 아니었죠.
업비트와 빗썸은 2020년 상반기까지 각각 약 35% 점유율로 시장을 양분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6월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실명 계좌를 제휴하며 시장 점유율이 껑충 뛰었죠. 수수료가 0.05%로, 다른 거래소들의 0.2%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은행과 달리 거래가 간편한 케이뱅크와 손잡으면서 생긴 경쟁력도 무시 못합니다. 빗썸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 고팍스는 전북은행을 이용합니다. 코인원은 지난해 실명계좌 제휴 은행을 NH농협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바꿨지만, 테라 사태 등 코인 시장 침체가 맞물려 단 시간에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빗썸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전면 무료 조치에 대해 "낮아진 점유율 만회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며 "당장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고객 확보를 위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언젠가는 수수료를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수수료 무료에 기한을 정해두지 않았다"며 "언젠가 새로운 서비스로 수입원을 찾는 식으로라도 나중에 고객 유입을 통해 새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