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카페나 식당 문을 열었을 때 들리던 직원들의 목소리 대신 이제는 '키오스크'가 우리를 맞이합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확산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가게가 무척 많아졌는데요.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일반 음식점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제는 익숙해졌다지만 그래도 처음 가는 가게이거나 메뉴를 잘 모를 때 키오스크를 마주하면 움찔하게 됩니다.
(사진=뉴시스)
내 키만 한 키오스크 앞에서 손가락이 머뭇거립니다. 주문부터 결제까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어야 하기 때문이죠. 입구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미리 메뉴를 알아보고 주문한 경우도 있죠. 또 기기마다 사용 방식이 달라 처음 가는 곳에선 여전히 부담입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점원 앞에서 한마디면 끝날 것을 단계마다 씨름해야 합니다. 시간을 끌다간 초기화될 수도 있지요.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은 그냥 패스입니다. 뒤에 늘어선 줄에 뒤통수가 따갑습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7월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20~60대 총 5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1년간 이용 중 불편 또는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233명으로 절반에 달하는 46.6%를 차지했습니다.
키오스크 이용이 불편한 이유로는 주문이 늦어져 뒷사람 눈치가 보임(52.8%), 조작 어려움(46.8%), 기기 오류(39.1%) 순이었습니다.
이런 당혹감이 노인들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 보니 키오스크를 이용하다 주문을 포기한 사람이 40대에선 17.3%였지만 50대는 50.5%로 올라갔습니다.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의 확산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다만 기술 발전의 목표가 인간의 편리를 위한 것이라면 자괴감이 들지 않도록 좀 더 친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문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브웨이조차 최근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매장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한 지인은 "먹지 않을 채소를 빼는 것이 너무 번거로웠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속도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도태되는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