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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고인물' 김관우가 아저씨들에게 전한 희망의 메시지
입력 : 2023-10-05 오후 7:32:19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보다 보면 1990년대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엄마의 심부름을 하고 조막만한 고사리손으로 얻어낸 50원, 100원을 가지고 보무도 당당하게 오락실에 들어가 게임을 즐겼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엄마에게 당당하지 않았습니다. 숨기기만 바빴죠. 저축하지 않고 오락실에서 돈을 탕진(?)했다는 사실을 들키기라도 한때는 어김없이 등짝이 얼얼해지곤 했으니까요.
 
또한 동네 노는 형들 앞에서 기술을 사용해 게임에서 이기기라도 한다면 오락실 밖으로 끌려 나가는 수모도 겪기도 했죠. 그럼에도 어린 시절 오락실은 행복한 파라다이스였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라는 게임을 즐기며 '아도겐' '아따따뚜겐'을 외치며 환호했던 어린 날의 풍경이 30년이 지난 현재 TV 속에서 재현됐습니다. 무려 아시안게임이라는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말이죠.
 
e스포츠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됐습니다. e스포츠 종주국인 우리나라는 'FC온라인', '스트리트파이터V', 리그오브레전드(LoL),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4개 종목에 출전해 전 종목 입상이라는 쾌거를 이룹니다.
 
이 중 '스트리트파이터V'에 출전해 우리나라 e스포츠 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된 김관우 선수는 유독 저에게 눈길을 끕니다.
 
지난달 28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스트리트 파이터 V 결승전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세트 점수 4-3으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격투기 고인물' '40대 아재'로 불렸던 김 선수의 도전기는 같은 세대를 향유한 저에겐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김 선수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저와 같은 추억을 떠올립니다.
 
"(어릴 적 오락실에) 가면 항상 (어른들한테) 혼나던 그런 게임인데요. 오락실 가서 격투 게임을 잘하면 근처 형들한테 끌려가서 혼나고 그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끝까지 포기하고 도전을 이어오며 금메달이라는 결실을 맺은 김 선수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행복했던 예전의 추억과 더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진리도 떠오릅니다.
 
더불어 아저씨들의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김 선수의 뭉클한 메시지는 아주 오랜 기간 여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할 수 있다. 우리 할 수 있다. 우리 나이 먹었다고 우리 그런 거 못 해 (하지 마세요). 우리 아직 하고 싶으면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도전하시고. 근데 이제 젊은 친구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겠죠. 좀 더 하면 돼죠."
 
배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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