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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10일 15: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중순부터 은행채 발행 규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은행권이 이자비용을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규제 폐지는 금리 인상기의 예적금 만기가 도래하면서 재예치를 위한 과도한 금리경쟁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예적금 금리 인상이 자금 조달만을 위한 차원은 아니라는 입장에서 금융 당국의 정책이 성공적일지 회의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은행연합회. (사진=이성은 기자)
은행채 숨통…순발행 증가 전망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 규제를 풀면서 은행권의 순발행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채란 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이 장기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을 뜻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달 중으로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폐지한다. 지난해 9월 채권 시장의 흐름이 막히자 금융당국은 신용등급이 좋은 은행채에 수요가 쏠릴 것으로 예상해 발행을 제한해 왔다. 금융당국은 순차적으로 은행채 규제를 풀어 차환 목적 은행채 발행 허용을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월별 만기 도래분의 125%를 발행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했다. 지난 7월부터는 분기 기준 125%로 3월 대비 발행 한도를 늘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은행채는 24조7300억원으로, 상환액 20조500억원을 제외한 순발행액은 4조6800억원이다. 이는 전월인 8월 발행액보다 각각 17.9%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8월 은행채 발행액은 20조9800억원, 상환액은 19조6500억원으로 순발행액은 5조800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은행채 순발행액 규모는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은행채 순발행액은 7조4600억원에서 다음달인 10월 2600억원으로 96.5% 감소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발행액보다 상환액의 규모가 커져 순발행액이 음수로 돌아섰다. 지난해 11월 –3조2100억원을 기록한데에 이어 올해 5월을 제외하고 7월까지 8개월 동안은 상환액 규모가 발행액을 넘어섰다. 지난 8월이 돼서야 순발행액이 양수로 돌아섰는데, 8월에 이어 9월도 순발행액 규모가 증가해 업계에서는 순발행액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4분기에도 순발행액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10일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가 42조2204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리경쟁 재점화 막을지는 미지수
은행권은 금리 인상기와 은행채 발행 제한이 겹쳐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 조달을 이어왔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연초 1.25%에서 올해 초 3.5%까지 치솟았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은행들은 고객유치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시중은행들도 5%대의 예금 상품 등 이례적으로 높은 금리의 상품도 선보였고, 역머니무브 현상이 도드라지기도 했다. 역머니무브란 개인투자자의 증시 투자 금액이 채권이나 예적금 등의 상품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투자 리스크가 없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안정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어 투자자들이 이동한 것이다. 은행권은 이 같은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지난해 유례없는 고실적을 냈다.
은행의 고객 유치는 성공적이었으나 제공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도 이어졌다. 지난 6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이자비용은 총 21조406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1% 증가했다. 4대 시중은행 중 국민은행은 5조9361억원, 신한은행 5조6995억원, 우리은행 4조8219억원, 하나은행 5조3181억원으로, 각 사 별로 189.7%, 186%, 190.9%, 200%씩 증가했다.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대폭 증가한 상황에서 은행채 발행 규제 폐지는 은행에 희소식이다. 만약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예적금 재예치를 위한 금리 경쟁을 하지 않을 경우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포괄손익 계산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이자비용 항목인만큼 이자 비용이 줄어든다면 순이익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리테일 영업의 경우 영업비용도 들어가고 금리경쟁이 불가피한 데 반해 은행채는 발행되는 규모가 큰 데다 이미 시장가격이 형성돼 있어 금리경쟁이 없고, 마케팅 비용도 없다"라면서 "은행입장에서는 은행채로 조달하는 자금이 예적금을 통한 자금 조달보다 비용이 덜 들어가고 저리로 조달할 수 있다 보니 대출 차주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다만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의 감소세가 예적금 재예치로 이동해 금융 당국의 의도대로 상황이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요구불예금은 은행이 적게는 0.1%의 금리를 제공하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유리한 상품으로, 수시입출금이 가능해 투자 전 자금을 예치해놓는 목적으로 쓰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총 373조5576억원에서 올해 2월 318조717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327억8067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이면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듯 했으나 7월 326조9836억원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특히 보통예금의 경우 지난해 7월 305조615억원에서 1년만인 올해 7월 268조6630억원으로 감소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가 올라 우리나라 채권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금융당국이 인위적으로 예적금 금리 인상을 막기 위한 정책이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