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케미칼이 제약사업을 사모펀드에 매각 추진하며 진통을 겪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 매각 후 구조조정이 잦은 만큼 노조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도 ‘국산 1호 신약’ 상징성이 있는 사업을 외부 매각하는데 대해 아쉬움 또는 의아한 반응을 보입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중복상장 이슈로 홍역을 치렀던 SK케미칼은 현재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이익을 내는 사업을 매각해 배당이익이 더 줄어들 부담도 제기됩니다.
11일 그룹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SK케미칼 제약사업은 국산 1호 신약 개발 성과를 거둔 상징성이 있다”며 “그룹 내 같이 합성신약을 개발하는 SK바이오팜이 있어 SK케미칼이 가진 영업부문과 합치면 시너지도 나고 매각 명분도 설 텐데 사모펀드에 매각은 의문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SK케미칼 노조는 “SK케미칼 제약사업 내 개발인력이 빠져나가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끊긴 지 좀 됐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측은 “그룹 내부 매각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닐 것”이라며 다만 “SK바이오팜이 인수하려면 사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영역이 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오전 SK케미칼 소속 금속노조는 '제약사업 매각 저지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본사 앞에서 열었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몰래 매각을 추진하다 들통난 것은 매각 시 노조와 사전 협의키로 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이에 사측은 “협의가 필요한 매각 윤곽이 잡히기 전에 정보가 유출된 것”이라며 “이후 협의는 진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습니다.
SK케미칼 소속 금속노조가 제약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11일 본사 앞에서 열고 있다. 사진=이재영 기자
그러나 노조는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점에서 이미 회사가 신뢰를 저버렸다는 박탈감을 보입니다. 김선혁 민주노총 금속노조 충북지역 본부장은 “6000억원에 매각 MOU를 체결하고 그린케미칼 사업의 중국 확장에 투자한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서 났나. SK케미칼 700여명 노동자가 밤낮 없이 생산, 판매로 만든 이윤 창출”이라며 “그런데 회사는 노동자와 소통없이 일방통행을 하고 있다. 사모펀드 매각은 현장직원, 사무직, 그다음 이사진 축소 수순이란 걸 모두 아는 사실이다. 현장 노동자가 먼저 나서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K케미칼은 기존 물적분할(2018년 7월)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를 2021년 3월 중복상장시켜 소액주주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당시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재무상황은 좋아졌으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수혜가 약해지자 SK바이오사이언스 연결 실적이 적자전환했습니다. 그 속에 영업흑자를 내는 제약사업을 매각하면 순이익도 줄어 배당가능이익은 더 감소할 여지가 있습니다.
앞서 싱가포르 헤지펀드와 국내 운용사인 안다자산운용 등이 주주제안해 회사도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를 했으나 주가는 여전히 부진합니다. 당초 안다자산운용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 일부를 매각해 현물배당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SK케미칼이 68.18% 주식을 가져 최소 경영권 지분까지 현금 확보 여력이 있다는 관점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SK케미칼이 제약사업의 사모펀드 매각을 택해 또다시 분쟁을 자초했다는 지적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