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진=뉴시스)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한 최종 결과가 임박하자 항공업계에 전운이 돌고 있습니다.
당초 양사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달리 기업결합이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3년 만에 처음으로 ‘합병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APU는 내부에서도 합병을 찬성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으로 나뉘었지만 ‘반대’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낸 적은 없었습니다. 반대 목소리가 컸어도 인수되는 입장에서 대외적으로 내기는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APU는 ‘공식 반대’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냈습니다. 갑작스런 공식 반대 입장을 낸 배경에는 화물 매각이 있습니다.
합병의 키를 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 시 화물·여객 노선 독점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을 에어프레미아, 티웨이항공 등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에게 매각한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인력 재배치 등 사실상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우려가 나오면서 APU가 성명서를 낸 것이죠.
성명서에서 APU는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나아가 국가와 국민의 자산인 슬롯(운수권)을 외국에 아무런 저항 없이 넘기고 있으며, 이도 모자라 이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큰 축인 화물분야를 분할 매각하는 만행을 저지르려 하고 있다”며 “산업은행이 인수합병을 핑계로 국내 유일 경쟁사를 고사시켜 대한항공의 독점체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지, 이 독과점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한 기장은 “대한항공이 인수 당시 공식적으로는 인력 재배치 등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지만, 화물 사업 매각, 다수 노선에 대한 슬롯 이전을 하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도 전날인 지난 11일 “국익을 해치는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특히 협회는 “대한항공이 항공기뿐만 아니라 조종사도 티웨이항공에 이관한다는 시정조치를 10월 중 EU 당국에 전달하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조종사를 파견한다는 것인지 소속회사가 바뀌는 것인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어 해당 기종 조종사들은 타의에 의해 소속회사가 변경될 가능성에 매우 불안해한다”고도 전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