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자사주 상여 지급 대상이 총수일가 임원까지 확대되면서 편법상속 논란도 번졌습니다. 회사가 일정 조건 충족 시 자사주를 주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사례가 늘어나 재계와 증시에서 화두입니다. 야권에선 지배주주에게 RSU를 주지 않도록 규제 법안을 발의했는데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다시 제한 입법을 반대하고 나서 충돌합니다.
16일 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법안은 상법을 고쳐 자사주 상여 제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지배주주에겐 상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기존 자사주 활용 규정 아래 최근 일정한 제한조건만 붙여 자사주나 자사주를 받을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 유행처럼 퍼졌습니다. 이른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입니다. 이 주식은 현행 법령상 명시적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법적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총수일가 임원에게 나눠주어 경영권 지분을 강화하는 등 경영세습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생겼습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이러한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부여 방법과 대상, 수량 등에 제한을 둡니다. 특히 의결권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부여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또 경영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지배주주도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까지 제한합니다.
시장에서는 이사진의 고액보수 지급과 함께 과도한 자사주 상여가 문제시 돼왔습니다. 주주 공동자산인 자사주를 지배주주 우호지분화하거나 일반주주한테 이익을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주주 비례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롯데, 한화, 두산, 네이버, 넥슨게임즈, 위메프 등 여러 기업들에게서 RSU 지급 사례가 생겨 입법 발의까지 연결됐습니다.
상장사협의회는 자사주 임의 처분은 2011년 개정상법을 통해 회사에 자유로운 처분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가능해진 것이라며 개정안의 자사주 처분에 제한을 두는 입법은 이런 정책적 입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자사주 처분은 현재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우회해 활용하는 현실이라며 제한을 두려면 경영권 방어수단 입법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장사협의회는 “우리나라는 반기업 정서로 경영권 방어 수단 입법에 비판적이라 미국, 일본과 같이 방어수단으로 특화된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의 제도가 없다”며 “자사주 처분에 대한 대상 제한, 절차 요건 강화는 회사에 충분한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 수단이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사위에 제출했습니다.
그간 정치권에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등 기업 승계와 연결된 자사주 활용을 규제하기 위해 다수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서 장기 표류 중입니다. 이번 법안의 경우 자사주 상여 지급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지만 재계 반대의견이 있는 만큼 소관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