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변의 가을야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100승을 올리며 승률 1, 2위 팀이 디비전 시리즈 무대에서 잇달아 조기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정규시즌 101승을 거뒀지만 디비전 시리즈에서 텍사스를 만나 내리 3연패, 결국 탈락했습니다. 100승을 기록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팀 LA다저스도 페넌트레이스에서 승차 16경기나 뒤졌던 애리조나를 디비전 시리즈에서 만나 역시 3연패를 당했습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승수, 104승을 거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도 2년 연속 필라델피아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 KBO리그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끝난 후 열린 LG트윈스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전달식에서 선수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메이저리그에선 왜 이렇게 많은 이변이 속출하는 것일까요.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토너먼트 형태로 진행됩니다. 승률이 낮은 팀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야 하지만, 2경기 만에 끝내고 올라오면 승률 1위팀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오히려 경기를 치르면서 기세가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정규시즌 상위팀이 갖는 이점이 적으니 그만큼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길 가능성도 커지는 겁니다.
한국프로야구 리그에선 계단식 포스트시즌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에 좀처럼 하위팀이 상위팀을 이기고 올라가는 이변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정규시즌 1위 팀이 최소 2~3주 휴식을 취하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고,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오느라 체력을 소모한 하위팀들은 막상 한국시리즈에서 제 힘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1위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최근 KBO에서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방식은 6강 토너먼트 제도입니다. 먼저 정규시즌 1~2위팀이 플레이오프에 직행을 하고, 3위와 6위, 4위와 5위팀이 준플레이오프를 벌여 이들 승자간의 맞대결로 결승전 진출팀을 가리게 되는 방식입니다. 현재 프로농구(KBL)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와 유사합니다.
이렇게 변경될 경우 포스트시즌 경기 수가 크게 늘어 관중 수입이 증가할 수 있지만, 1위팀의 이점이 다소 약화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규리그 우승팀인 1위팀의 이점을 주는 현재 포스트시즌 제도를 응원합니다. 최근 메이저리그를 보면 한국의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은 더더욱 하면 안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