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별도 양자 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최수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개월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충돌 사태가 확전의 기로에 선 상황에서 중러 정상이 또 한 번 밀착을 과시하며 '반서방 전선'을 노골화했습니다.
중국 CCTV·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 정상은 18일(현지시간)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을 마무리한 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별도 양자 확대회담 등을 열고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공조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3월 모스크바에 이어 올해 두 번째입니다.
시진핑 "정치적 신뢰"…푸틴 "긴밀한 외교정책"
양 정상은 만나 서로 '친구'라고 부르며 우의를 과시했습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양국의 정치적 상호 신뢰는 끊임없이 깊어져 왔고 전략적 협력은 밀접하고 유효했다"고 밝혔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의 어려운 조건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긴밀한 외교 정책 협조는 특히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양 정상은 1시간30분가량 확대회담을 진행한 후 오찬을 마친 뒤 단독회담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회담에선 이-팔 전쟁 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통해 '친팔레스타인' 노선을 분명히 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등 아랍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더욱 다짐으로써 역내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동시에 미국의 이 지역 내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노림수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재자를 자처하며 휴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입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현재까지 표면적으론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며 양측의 휴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이들과 반대로 이스라엘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러 정상이 만나 이-팔 전쟁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기에 공교롭게도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도착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예정인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중동을 둘러싼 양대 진영의 대립이 더욱 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는 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북아 신냉전…11월 APEC '분수령'
중러 정상은 이-팔 전쟁 사태 외에도 양국의 경제협력과 북중러 군사협력 여부, 우크라이나·대만 문제, 대미 외교 기조 등도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의 미국 등 서방 세계에 대한 견제 의지는 시 주석의 연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 주석은 "다른 사람의 발전을 위협으로 보고 경제적 상호 의존을 리스크로 보면 자신의 삶을 개선하거나 더 빨리 발전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데올로기적 대립과 지정학 게임, 집단 정치 대결을 하지 않고, 일방적 제재와 경제적 억압,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시 주석의 이런 발언은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을 패권 추구 행위로 보며 견제해 온 미국 등 서방 세계를 향한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최근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바탕으로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고 견제에 나서면서 일대일로 사업의 동력이 약해졌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홍인표 고려대 연구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중러 정상회담에 대해 "반서방을 위한 동맹 주도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향후 국제 정세에 대해 "중국의 경우 북중러 삼각동맹은 부담스럽다"며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달 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는데, 양국 모두 최악의 경우는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최수빈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