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의사 수 확대' 논의가 출구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정부는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대책으로 의사 수 늘리기에 나섰지만, 의료계가 '총파업'을 거론하는 등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며 의대 증원 합의는 난항을 겪을 전망입니다. 당초 정부는 오는 19일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일정을 잠정 연기했습니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결과를 보면 2035년에는 2만5300명의 의사가 부족할 전망입니다. 보사연은 내과계 1만757명, 외과계 7688명, 지원계 5916명, 일반의 1112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정부 안팎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현재 한국의 의대 정원 수는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지난 18년 동안 한 차례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5학년도 입시 때부터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당초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었던 351명을 늘리는 방안과 정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1000명까지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결과를 보면, 2035년에는 2만5300명의 의사가 부족할 전망이다. 자료는 진료 계열별 미래 의사 수요. (그래픽=뉴스토마토)
그러나 의대 증원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의료계와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발표를 강행할 것이라는 분위기에 의대생의 '총파업'까지 언급하며 배수진을 치고 있습니다.
당초 정부는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폭과 일정 등을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발표 일정을 추후로 늦추기로 했습니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인한 의료 마비 우려에 발표 일정을 잠정 연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2025학년도 대학입시에 의대 정원 확대를 반영하기 위해 오는 연말까지는 의료계와 협의를 마쳐 세부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그간 필수의료 붕괴의 해결 실마리를 찾기 위해 올해 1월부터 대한의사협회와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의료계와 협의를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나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과 의사 편재 대책을 통한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협 측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사실상 개점휴업을 한 모습입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17일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산하 단체 대표들과 '긴급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명확한 원칙 없이, 일부 편향적인 학자들의 사견과 여론이나 정치적 효용성에 의해 일방적으로 의사인력 확충을 한다는 것을 당사자인 의료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 문제는 의료현안협의체 논의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단순한 의대 정원의 양적 확대가 근본책이 아니라는 것이 의료계 주장입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의대 정원을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 선발을 통해 10년간 총 4000명의 의사 수를 확보하겠다는 정부안을 내놨지만, 전공의까지 가세한 의료계 파업으로 당시 코로나19 진료에 비상이 걸리며 결국 의대정원 확대가 무산된 바 있습니다.
1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결과를 보면, 2035년에는 2만5300명의 의사가 부족할 전망이다. 사진은 시위하는 의사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