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의 화물·여객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화물 분리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아시아나 직원들이 반대하면서 이사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화물 분리 매각은 이사회의 승인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이사회 측에 ‘화물 분리 매각 부결 시 자금줄을 끊겠다’면서 독립적으로 의사 판단해야 하는 이사회까지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3대 노조(조종사 노조·일반노조·열린 조종사 노조)에서 규모가 큰 조종사 노조(APU)는 조합원 대상으로 ‘화물분리매각 후 합병하는 방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95% 이상이 화물 분리 매각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 일반노조도 전 직원 대상으로 화물 분리 매각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상당수가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 직원이 회사에서 21% 매출을 올리는 화물 분리 매각을 반대하고 나선데 대해 이사회가 가결한다면 이는 채권단의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한 관계자는 “산은이 이사회 측에 화물 분리 매각 부결 시 자금줄을 끊겠다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18일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경영관리본부장, 운항관리본부장, 일반노조·열린조종사노조 관계자 등이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 나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산은은 또 이사회가 화물 분리 매각 승인 시 1500억원을 즉각 투입한다는 의사도 내비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29일 인천발 모스크바행 화물기 OZ795편으로 '코로나19' 백신 완제품을 운송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백신을 탑재한 특수컨테이너를 화물기에 싣는 모습.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는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것도 화물 특수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아나는 작년 매출 5조6300억원, 영업이익 7416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화물 사업 부문 매출이 3조원에 달했습니다. 또 올 상반기 아시아나 매출 3조254억원에서 화물이 779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당초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티웨이항공(091810)에 이전하려는 방안은 불발되었고 EC가 우려하는 유럽 4개 노선(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에 대한 운수권(운항 권리)과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은 티웨이항공에 이전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화물 매각 관련해서는 신생항공사 에어프레미아, 티웨이,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국내 LCC들이 대한항공에 인수의향서를 최근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어프레미아·티웨이항공 관계자는 “인수의향서 제출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 국내 LCC들의 아시아나 화물 인수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은 회의적입니다.
화물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탄탄하고도 장기계약이 보장된 화주 확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인수의향서를 낸 항공사들 중에는 이러한 네트워크 기반을 가진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 B747-400F 10대 중 9대가 28년된 경년기여서 인수해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운용 지출로 이어져 국내LCC들이 본입찰에 나설지도 미지수입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화물 분리 매각, 유럽 주요 노선을 양도하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을 해체하는 수순”이라며 “이렇게 해서 공중분해된 아시아나를 인수하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안전보안실장으로 이뤄진 사내이사 2명과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로 이뤄진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 이들은 오는 30일 ‘화물 분리 매각’ 안건에 대한 이사회를 열 예정입니다.
KDB산업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