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2·4위 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WD) 합병 성사 시 타격이 불가피한 1위
삼성전자(005930)와 3위
SK하이닉스(000660)가 합병 진척과정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합병의 복잡한 이해관계로 각국 승인절차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아가 웨스턴디지털과 경영 통합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일본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사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삼성·SK하이닉스는 진행과정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반응입니다.
낸드플래시는 메모리 반도체 일종으로 속도는 느리지만 용량이 크고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지워지지 않는 특성을 가져 보조기억장치로 주로 사용됩니다.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USB, SD카드 등이 낸드 제품입니다.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 ‘3강 체제’로 굳어진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삼성, 키옥시아, SK하이닉스, WD, 마이크론, 중국 YMTC 등이 경쟁하는 구조인데요. 이중 2위와 4위가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입니다.
합병 시 양사 시장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점유율 34.3%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섭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세계 낸드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1.1%로 1위, 키옥시아(19.6%), SK하이닉스(17.8%, 솔리다임 포함), WD(14.7%)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양사 합병은 2021년 논의된 바 있지만 키옥시아 지분 가치 평가에 대해 서로 의견이 엇갈리며 무산됐습니다. 그러다 낸드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양사 합병 이후 시너지 극대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합병 논의가 다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일본 금융권이 키옥시아에 WD 경영 통합에 필요한 자금 창구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는 미국 정부의 의중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낸드사업부(솔리다임)를 SK하이닉스에 매각하면서 사실상 웨스턴디지털이 자국 내 유일한 낸드플래시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 낸드사업을 하이닉스에 매각한 미국은 낸드 사업을 하는 곳이 웨스턴디지털밖에 없어 양사 합병 시 서로 크게 ‘윈윈 구조’가 된다”면서 “일본 금융권의 자금 대출은 미-일 합작이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합병 동의와 메모리 반도체 시장 독과점 우려 해소를 위한 각 국가의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 받아야 하는 등 과제가 산적합니다. 키옥시아 최대주주는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인캐피털 주도로 조성된 한·미·일 컨소시엄인데 SK하이닉스는 2018년 컨소시엄을 통해 키옥시아에 약 4조원을 투자했습니다. 아사히신문은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가 현재까지 양사 경영 통합안에 동의하지 않아 실제 통합이 실현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평가했습니다.
SK하이닉스가 합병 승인을 하더라도 키옥시아·WD는 반도체 관련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 국가라도 거부할 경우 인수 합병은 불가합니다. 한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하는데 삼성전자와 정부가 승인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시각이 대체로 많습니다.
박진성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키옥시아는 정통적으로 낸드 기술을 키워온 이 분야의 기술 강자이기 때문에 양사 합병이 우리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인수 합병을 추진할 경우 이해관계가 얽힌 국가들로부터 반독점 심사를 받아야 하고 여기에는 중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키옥시아는 일본 도시바메모리가 2018년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하면서 설립한 기업입니다.
삼성전자 8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