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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것 같은데, 기분 탓?"…식품업계 '꼼수인상'
입력 : 2023-10-3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유태영 기자] 올해 초부터 이어진 정부의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식품업계가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가격 인상효과를 거두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품 가격 인상은 허가를 받거나 미리 알려야 하는 법적 의무도 없어 소비자들이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구매할 경우 고스란히 비용 부담이 커지는 실정입니다.
 
식품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인데요.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용량을 줄여 실질적 가격 인상을 하는 행태를 뜻합니다.
 
동원F&B는 이달 중순부터 기존 5g짜리 '양반김' 제품 중량을 10%(0.5g) 낮춘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700원 그대로이지만 중량만 10% 낮춰 사실상 가격인상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국내 조미 김 업계 1위인 동원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제품 중량을 조금씩 낮출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참치 통조림 제품인 '동원참치라이트스탠다드’ 가격(3300원)을 그대로 둔 채 중량만 100g에서 90g으로 10% 낮춘 전례가 있습니다. 
 
해태제과는 지난 7월에 '고향만두'(415g)을 378g으로, '고향 김치만두'(450g) 제품을 378g으로 줄였지만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가격과 용량 모두 동일하지만 제품 품질을 낮춰 이윤을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월 델몬트 오렌지와 포도 주스의 과즙함량을 16~43%까지 낮췄습니다. 
 
과즙함량을 줄이는 품목은 델몬트 오렌지, 포도의 180㎖, 400㎖, 1.5ℓ 페트 제품입니다. 제품의 과즙 함량을 종전 10%, 12%, 20%, 80%, 100%에서 8%, 10%, 15%, 45%, 80%로 낮추게 됩니다. 이같은 현상은 '스킴플레이션'(skimp, 인색하다+inflation)이라고 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보다 용량을 줄이거나 원재료 함량을 줄이는 게 편한 방법"이라면서 "정부나 소비자 단체에서 기업의 가격 책정에 대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품업체들이 용량을 줄이거나 원액 함량을 줄이면서 비용을 줄이는 부분도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1일 섭취 당 함량이나 칼로리를 점점 줄이고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유태영 기자 ty@etomato.com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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