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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추가 강제북송 눈앞…정부는 '속수무책'
여당서도 "외교부, 북한 인권 소극 대응"…탈북민 보호 예산도 삭감
입력 : 2023-11-02 오전 6:00:00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의 중국 내 탈북민 강제북송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피해자 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지난달 9일 탈북민 600여명을 강제 북송한 중국이 추가로 최소 170여명의 추가 북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정부가 북한 인권에 방점을 둔 통일·외교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탈북자 북송 문제에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북송 저지, 실질적 방안 찾아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지린성 백산 지역의 구금 시설에 수감 중인 탈북민 170여명에 대한 식량과 의약품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수감자를 북한에 송환하기 전 이뤄지는 절차라는 것이 한변의 설명입니다.
 
중국의 탈북민 북송은 북한이 지난 8월 말 국경 봉쇄 해제를 공식화하면서 본격화하는 모양새인데, 중국 변방 교도소에는 총 2000여명의 탈북민과 북한 국적의 수감자들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지난달 9일 탈북민 북송에 대해, 언론 보도 후 이틀 만에 파악하고 나흘 만에 '사실로 보인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제가 모든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건 아니지만 중국 체제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혀 탈북민 북송에 대한 정부 인식이 안이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를 통폐합하고 정보 분석 역량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실행, 국가정보원 직원까지 파견받았지만 정작 탈북자 북송 문제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국가정보원이 해당 사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관계 부처 간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지난달 31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탈북민 600여명을 북송하기 이틀 전인 7일 국가정보원에 '대규모 북송 조짐이 있다'는 정보가 제공됐지만, 휴민트(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한다거나 적극적인 상황 파악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조용한 외교'로는 강제북송을 막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범석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4일 통일과나눔 재단이 개최한 북송 문제 긴급 콘퍼런스에서 "조용한 외교적 접근 방식은 실제 강제 북송을 막는 성과와 결과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중 탈북민의 강제 북송은 국제법에 분명히 반하는 행위이고, 이를 막아야 할 법적 책임이 중국 정부에 있음은 명확하다"며 "중국 정부가 최소한 강제 북송을 자제하고 탈북민의 기본적 안전이라도 보장하는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관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중국 측에 (일부라도) 탈북민 석방 명단을 작성해 직접 요청하는 것이 실질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역대 정권에서 외교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사회 단체원들이 중국정부의 탈북민 강제북송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탈북민 보호 예산도 '소극적'
 
정부가 북한 인권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탈북민 보호를 위한 예산에는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4년도 예산안 자료집에 따르면 외교·통일 분야 예산은 2023년 대비 20.3% 증가합니다. 
 
또 통일부는 북한인권 실상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형성과 국제 사회 관심 견인 등을 위해 국립북한인권센터(가칭) 건립을 위해 103억 9200만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했습니다. 북한인권센터는 전시와 체험시설, 북한 인권에 대한 콘텐츠 수집 및 확산이 주요 기능입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는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서 "(통일부가) 기본계획 수립 절차도 없이 (북한인권센터)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통일부 자체 예산은 올해 대비 23% 줄어들었음에도, 북한 인권과 관련한 '보여주기' 사업에 치중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직결되는 탈북민 북송 관련 예산도 감액됐습니다. 외통위 소속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2024년도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의 내년도 예산안으로 14억5400만원이 편성됐습니다. 민족공동체 해외협력팀은 해외 체류 북한이탈주민의 신변보호 및 안전하고 신속한 국내이송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인데, 올해 예산 16억 1500만원에서 10%가 삭감된 겁니다.
 
다만 외교부는 "외교부는 탈북민의 보호 및 이송에 차질이 없도록 예산 증액을 위해서 노력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예산 관련 정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됐을 뿐, 심사 과정에서 증액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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