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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목표, 통일? 평화공존?
(황방열의 한반도 나침반) 대북정책 패러다임 변화 필요 주장 확산
입력 : 2023-11-03 오전 6:00:00
 
지난 9월 26일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의 '2023통일의식조사' 결과 발표 영상 갈무리.
 
이처럼 우리 사회의 통일의식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과거처럼 통일을 우리 민족이 반드시 실현해야 할 '역사적 사명'으로 강조하며 헌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계속 추진해야 하는가 아니면 변화된 시대 상황에 맞춰 평화공존에 초점을 맞춰 대북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가?
 
김범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하 연구원) 원장이 지난달 31일 동아시아연구원(EAI)에 실은 <통일에서 평화공존으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에서 던진 질문입니다.
 
연구원은 200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통일, 북한, 대북정책, 주변국,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국민의 시각과 인식변화를 조사하고 분석해 그 신뢰도가 높습니다. 김 원장은 그간 조사 추이와 '2023년 통일의식조사'(한국갤럽이 7월 4일부터 7월 27일까지 전국 17개 시, 도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1대 1 면접조사, 표본오차 ±2.8%에 신뢰수준 95%)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질문을 던진 것입니다.
 
'통일에서 평화공존으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기고문 중에서.
 
통일 필요 29.8%, 2007년 조사 이후 최저…대북정책 목표, 통일 15%-평화공존 64.3%
 
지난 9월 26일에 2023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구원 측은 한 마디로 ‘멀어지는 통일’이라고 요약했습니다. △'매우'와 '약간'을 합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43.8%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 반면 '전혀'와 '별로'를 합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9.8%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 상승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려 점진적으로 통일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45.2%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한 반면 남북한이 분단된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의 비중은 28.2%로 200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 상승 △북한이 한국과 협력대상이라는 인식은 37.7%로 역대 최저치, 반면 경계대상이라는 인식과 적대대상이라는 인식은 각각 23.7%, 18.7%로 역대 최고치 기록 △대북정책의 목표로 ‘남북 평화적 공존 및 한반도 평화정착’ 응답은 지난해 63.3%에서 올해 64.3%로 1%포인트 증가, 반면 '남북통일'은 지난해 16.1%에서 올해 15.0%로 1.1%포인트 감소 △ MZ세대(1985~2004년생)의 9.1%만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혹은 '가능한 빨리' 통일되는 것이 좋다고 응답, 반면 36.0%가 ‘현재대로가 좋다’, 15.9%는 ‘통일에 무관심하다’고 답해 조사 이래 최고치.
 
'통일에서 평화공존으로: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 기고문 중에서.
 
김범수 원장은 이 조사 결과에 대해 "'1민족 1국가 1체제 1정부'의 통일국가 수립을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로 강조해 온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수정이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분석하면서 "다수 국민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통일보다 평화공존이 대북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통일을 '우리 민족의 역사적 사명'이자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헌법적 가치'로 강조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국가성 부정-괴뢰정부 간주하는 정부 공식 입장 수정 필요" 주장도
 
그는 또 "특히 1991년 9월 17일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이후 사실상 한반도에 2개의 국가가 실재하는 상황에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을 근거로 북한의 국가성을 부정하고, 북한을 대한민국 영토를 불법 점령한 괴뢰정부로 간주하는 정부의 공식 입장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한 발 더 나아가면서 “현실을 반영하여 북한을 독립적인 별개의 주권 국가로 인정하고, 남북한 관계를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재정립하고, 평화공존을 추진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대북정책으로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평화공존에 대한 선호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북한을 언젠가는 축출하고 '때려 부숴야 할' (흡수) 통일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대북정책은 장기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연구원 조사 결과는  일반적인 체감을 수치로 확인해주는 내용인데, 특히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해지면서 더 심화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한국전쟁 연구 권위자인 박명림 교수가 "한국과 조선: 남북관계에서 한·조관계로", "'통일보다 평화', 남과 북은 '국가 대 국가'로 만나야 한다“고 제안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통일을 지향하기엔 너무 늦었다, 학계에서 '사실상 통일'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점이 오히려 낫겠다"고 한 것도,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당장 실현 불가능한 통일보다는 남북연합 형성을 당면 목표로 설정하고 관련 부처 명칭도 통일부보다는 남북관계부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기조입니다.
 
한반도 궁극적 평화는 통일로만 가능하다는 반론도 많아
 
물론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현실화하기 대단히 과제입니다. 이 주장들을 법제화하려면 헌법 3조 영토 조항과 ‘통일 지향’을 헌법적 가치로 규정한 헌법 4조를 바꿔야 하지만, 지금의 정치 상황은 헌법의 1점 1획도 바꾸기 어렵습니다. 한반도의 궁극적 평화는 통일로만 가능하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대북정책의 목표가 통일보다는 평화공존이 돼야 한다는 국민 여론이 지금보다 약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설령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호전된다고 해도 말입니다. 북한도  '대한민국' 표현 등에서 나타나듯 김정은 정권이 ‘투 코리아’ 기조를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황방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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