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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따라 아이폰
입력 : 2023-11-02 오후 6:31:47
키즈폰을 들고 좋아했던 얼굴을 본 지 3개월이 채 안 된 어느날, 아이가 대뜸 아이폰을 가지고 싶다고 합니다. 친구 누구는 폰을 접기도 한다고 재잘거리다가, 누구랑 누구는 아이폰을 가지고 다닌다며, 자신도 아이폰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주는 대로 잘 입고, 주는 대로 잘 먹는 아이가 처음으로 적극적인 의사를 펼치자 마음 한켠이 순간 약해지기도 했지만, 필요 범위를 넘어서는 고가 제품을 사줄 수 없다며 대화를 멈췄습니다. 
 
'아이폰, 아이폰' 노래를 부르는 것이 비단 제 아이의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입에서 아이폰 얘기를 듣고 난 후로 아이폰과 관련된 내용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는데, 한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아이폰 반성문'이라는 링크가 눈에 띄었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아이폰을 사달라고 요구했다가 혼나서 쓴 반성문이었죠. 반성문에는 '제가 남과 자꾸 비교해서 죄송합니다', '형편에 맞게 살겠습니다'라는 아이의 글이 담겨있었습니다. 아이 부모는 '혼내면서 형편에 맞는 걸 사야 한다고 했는데, 반성문에 그대로 쓰여있는 것을 보니 속상했다. 친구들이 거의 다 아이폰을 쓰고 있어 결국 중고로 아이폰12미니를 사줬다'고 합니다. 
 
아이폰15. (사진=뉴시스)
 
나는 안 그랬었나. 친구들이 사는 비싼 패딩을 사달라고 조르며, 원하는 패딩을 얻을 때까지 툴툴댔던 기억이 납니다. 카세트, CD플레이어도 꼭 소니제품을 사야 한다고 주장했죠. 성능이 비슷하니 다른 것을 사도 된다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당시의 카세트, CD플레이어, 패딩이 지금의 아이폰으로 변했을 뿐, 부모에게 원하는 것을 사달라는 투정은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른이 된 나는 사치품(?)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질문을 던져봅니다. 소위 누구누구가 들었는데 예쁘더라는 가방을 두고, 필요 범위를 넘어서는 고가 제품이기에 스스로에게 안 된다며 충분한 제지를 하고 있는지 말이죠. 
 
코코샤넬은 "명품은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사는 필수품"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말을 증명하듯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명품 시장은 호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지극히 본능적인 욕구에 너도나도 충실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의 아이들에게 명품은 아이폰일지 모르죠. 아이폰이 이들에게는 행복을 위한 필수품처럼 여겨진다는 얘기입니다. 이전 세대가 본능적으로 기분이 좋다는 이유로 실용성과 상관없이 특정 브랜드 패딩을 갈구해온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은 시대적 변화를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본능을 내재화한 결과가 '아이폰'으로 분출된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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