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만나다)김영미 미누재양갱 대표 "아이들 이름 걸고 백년가게 될 것"
고급 브랜딩으로 전포동에 2호점 열어…MZ 타깃
입력 : 2023-11-14 오후 4:26:49
[부산=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젊은이들 사이에서 처음에는 주눅이 들었죠. 나이든 사람이 어떻게 이들과 경쟁할 수 있겠나 싶었는데 반짝반짝한 친구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제가 힘을 많이 받았습니다. 여러 과제를 수행하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열정을 다시 느낄 수 있었어요."
 
김영미 미누재양갱 대표가 지난 10월18일 부산 남구 대연동 미누재양갱 카페에서 향후 사업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머리가 희끗한 김영미(61) 미누재양갱 대표는 '강한 소상공인 피칭대회' 경험을 떠올리며 이같이 회상했습니다. 20년간 양갱, 팥빙수, 단팥죽, 호두정과 등 전통 간식을 생산·판매해 온 김 대표는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도전을 택했습니다. 지난달 18일 부산에서 매장 영업이 끝나가는 밤 9시에 김 대표를 만나 야심한 계획을 들었습니다.
 
미누재양갱은 지난 10월 진행된 중소벤처기업부의 '강한 소상공인 피칭대회'에서 최종 34개팀 중 하나로 선발됐습니다. '강한 소상공인 피칭대회'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유망 소상공인들을 발굴하고 소상공인만의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지원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정부 지원사업 정보에 빠삭한 청년층이 주로 참여하지만 김 대표는 둘째 아들의 손을 이끌고 대회에 참석해 생애 첫 피칭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김 대표는 요리가 취미인 전업주부였습니다. 단지 손이 커 요리를 해서 주변에 나눠주고 선물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다 냄새도 나지 않고 깔끔해서 선물하기 좋은 양갱에 마음을 뺏겼습니다. 대량으로 만들어 선물하기 위해 직접 상자를 주문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상자에 양갱을 담아 당시 중소기업청 산하 소상공인지원센터를 찾아간 것이 창업의 씨앗이 됐습니다. 김 대표를 만난 당시 소상공인지원센터 직원은 김 대표를 카페 사장과 매칭을 시켜주고 상품화 방법과 부동산에 대한 조언까지 해줬습니다. 아직도 이 직원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김 대표는 이번 사업도 이 직원의 추천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합니다.
 
2003년 '다담양갱'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김 대표는 이미 해당 이름으로 상표출원이 된 것을 보고 자녀 3명의 이름을 따 지금의 미누재양갱으로 2007년에 상호를 변경했습니다. 김 대표는 "미누재가 내 자녀이지만 미누재양갱도 내 아이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 계속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위치한 미누재양갱 2호점. (사진=미누재양갱)
 
김 대표는 미누재양갱을 고급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강한 소상공인 대회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젊은 감성의 2호점을 내는 것도 목표였습니다. 패키징도 리뉴얼하고 새로운 BI(브랜드이미지)를 만들고, 새로운 맛의 양갱도 추가했습니다. 지원금을 바탕으로 이번 달에 미누재양갱 2호점을 열었습니다. 2호점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동인구가 많은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에 꾸려졌습니다. 1호점은 부모 세대, 2호점은 자녀 세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2호점은 김 대표의 둘째 아들이 맡아서 운영합니다. 김 대표는 "MZ들이 미누재에 날개를 달아줄 것 같다"며 "5년 안에 5개의 직영점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했습니다.
 
수많은 인증서와 수상 상장이 내걸린 가게, 여기에 20년 업력까지 더해졌건만 내로라할 것이 없다는 김 대표는 아직도 도전할 것이 많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는 "20년간 운영해오면서 '이건 아니다. 나는 여기까지 하고 마는 것인가'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최근에서야 내가 원하던 변화와 성장을 가장 많이 했다"며 "신제품을 개발하며 성장통도 많이 겪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노후를 즐기기 위해 준비하며 사업을 축소하기도 하는 나이에 왜 도전을 멈추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나는 뭔가 분명히 남기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사업을 하면 성장을 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있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20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정상을 가지 못해 아쉽다는 김 대표는 진실하고 정직한 백년가게로 이어가는 것이 꿈입니다. 긴 인터뷰로 시간이 어느덧 자정에 가까워졌지만 사업과 향후 비전에 대한 얘기 속에 김 대표의 눈은 지칠 줄 모르고 빛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부산=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변소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