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11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빼빼로데이'를 먼저 떠올렸을 겁니다. 이 질문을 던졌을때 '농업인의 날'(가래떡데이) 또는 '보행자의 날'이라는 답이 나오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세상의 수많은 과자 중 유일하게 'ㅇㅇ데이'가 붙은 제품이라는 것은 곧 매출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죠.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의 연 매출 40% 이상이 빼빼로데이가 포함된 4분기에 발생한다고 얘기합니다. 올해 빼빼로의 매출이 2000억원 이상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11월 초부터 나왔었죠.
그런데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가 없었습니다. 마치 '홍철'없는 홍철팀이 된것처럼 말이죠. 화이트데이, 발렌타인데이와 달리 빼빼로데이는 동료 사이에도 친구사이에도 1000원대의 부담없는 빼빼로를 서로 주고 받곤 했었는데 말이죠.
저의 이런 주관적인 생각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하는 자료도 나왔습니다. 13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CU는 빼빼로데이 마케팅 기간인 이달 1~11일 관련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 감소했고, 세븐일레븐은 5% 줄었고, GS25도 2.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빼빼로데이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빼빼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마트24는 2% 증가했으나 통상 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던 과거와 비교하면 늘었다고 보기엔 미진한 수치입니다.
업계에선 여러가지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빼빼로데이 당일이 토요일로 주말이었던 점, 기온이 갑작스럽게 떨어진 점 때문이라는 것이죠.
CU에서는 빼빼로데이 당일인 11일 이전 사전 매출의 경우 전년 대비 12% 늘었지만 행사 당일인 11일 매출은 19% 줄었습니다. 이마트24도 11일 당일 매출이 14% 감소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전반적인 불경기도 한 몫한 것으로 보입니다. CU의 빼빼로데이 관련 상품의 가격대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5000원 미만이 52.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1만∼2만원 미만 27.7%, 5000∼1만원 미만 14.3%, 2만원 이상은 5.4%인데요. 올해는 특히 중저가 빼빼로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내년 빼빼로데이엔 '빼빼로' 있는 빼빼로 데이가 될까요? 참고로 내년 빼빼로데이는 월요일입니다.
유태영 기자 t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