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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더 받고"…T커머스·IPTV, 송출수수료 공방
어려움 겪는 홈쇼핑 업계…매년 인상되는 수수료 이슈 지속 제기돼
입력 : 2023-11-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KT알파·SK스토아 등 T커머스(T-Commerce) 업계가 상위 채널에 진입하는 방식의 전략을 취해, TV쇼핑 시장 전반에 있어 경쟁 심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미 TV쇼핑 시장은 최근 수년간 송출수수료의 기하급수적인 급등으로 실적이 저하하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T커머스 업계는 TV홈쇼핑 보다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은 만큼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 같이 높은 송출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주요 T커머스 업체들과 송출수수료를 받는 IPTV가 같은 그룹 계열사로 엮인 사실상 공생관계에 있어, T커머스 업계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KT나 SK 등 IPTV사가 자사 계열의 T커머스 채널을 플랫폼 앞번호 대에 배치하고, T커머스 업체들은 이에 응하며 송출수수료를 높이는데 일조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자료= TV홈쇼핑협회 홈페이지)
 
 KT알파·SK스토아, 송출수수료 매년 급상승
 
17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지난해 홈쇼핑 방송사업 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지급 현황에 따르면, 라이브 홈쇼핑인 공영쇼핑보다 T커머스사인 KT알파·SK스토아가 약 두 배 많은 송출수수료를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0년에는 공영쇼핑이 송출수수료로 474억원, KT알파가 813억원, SK스토아가 963억원을 지불했습니다.
 
2021년에는 공영쇼핑 486억원, KT알파 1200억원, SK스토아 1119억원, 지난해 들어서는 공영쇼핑 525억원, KT알파 1392억원, SK스토아 121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20년 대비 2021년 송출수수료 증가율을 살펴보면 KT알파는 47.6%, SK스토아는 16.2%로 업계 평균 증가율 10.8%를 크게 웃돕니다.
 
또 2021년 대비 지난해 송출수수료 증가율은 KT알파가 16%, SK스토아가 8.9%로 집계됐는데요. 업계 평균 7.4%와 대비해도 T커머스사의 지급 규모가 최대 2배 이상 큰 실정인데요.
 
이처럼 송출수수료 과다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T커머스의 영향력이 아직 TV홈쇼핑에 비해 적기 때문입니다.
 
T커머스가 송출수수료 상승시킨다는 의혹
 
일각에서는 T커머스가 송출수수료 인상의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데요. 이는 KT알파·SK스토아가 송출수수료를 지불하는 IPTV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TV쇼핑 업계의 복잡한 사업구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우선 홈쇼핑사들은 통신 3사의 IPTV와 유선방송사업자(MSO) 같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송출 수수료를 지불하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IPTV란 통신 3사가 운영하는 TV 상품으로 인터넷 망을 이용해 방송을 송출하는데요. 대표적으로 △KT올레tv △SK브로드밴드 △LGU+tv 등이 있습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TV 채널 번호를 부여받아 사용하는 비용인데요. 쉽게 말해 방송을 이용할 수 있는 자릿세입니다.
 
유료 방송 시장은 3개 통신사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유료방송 사업자의 독과점은 3개사가 86.41%를 차지하는데요. 세부적으로 △KT+위성+현대HCN=35.9%△SKB(iptv)+SKB(SO)=25.52% △LGU+LG헬로=24.99% 등입니다.
 
KT올레tv와 SK브로드밴드, LGU+tv 입장에서는 홈쇼핑이 내는 송출수수료가 유료방송사업자(IPTV+MSO)의 주된 수입원입니다. 2021년 대비 지난해 IPTV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5.6% 상승했고, 이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비중도 매해 늘고 있는데요.
 
2019년 23.5%에서 2020년 25.8%, 2021년 28.56%, 지난해에는 30.22% 까지 상승하면서 IPTV사업자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이렇듯 주된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심화하면서, 업계는 IPTV사들이 계열사인 T커머스를 통해 송출수수료를 높이고 빠지는 용도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례로 과거 2018년 올레TV 30번에 위치하던  SK스토아가 공중파에 근접한 4번 채널을 꿰차고 들어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4번에 있던 CJ오쇼핑은 6번으로 이동했고, 6번에 있던 롯데홈쇼핑은 원래 SK스토아가 있던 30번으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그 결과 2018년 올레TV의 송출수수료 매출은 전년대비 약 44% 이상 폭증했습니다. 이듬해 SK스토아는 다시 뒷번호인 17번으로 이동했습니다.
 
KT알파도 K쇼핑으로 불리던 2018년 20번대 채널에 있었는데, 2019년 지상파 인접채널인 2번까지 내려오면서 전체적인 업계 송출수수료가 크게 뛰었습니다.
 
SK스토아 관계자는 “2018년 5월 당사가 KT 올레tv 4번 채널로 이동한 것은 당시 KT에서 복수 사업자를 대상으로 참가 요청한 공개 입찰 건에 대해 당사 사업전략에 따라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단 계열사의 송출수수료 늘리기 위해서 당사의 채널이 활용된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과거 홈쇼핑사들 역시 CJ, 현대, GS 모두 케이블 SO(중소 종합유선방송사업자)를 소유하고 있었고, 아울러 그랬다면 같은 원리로 해석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 당시 총 7개였던 홈쇼핑 채널이 현재는 17개이며 5개 홈쇼핑사는 티커머스까지 겸영하는 상황으로 경쟁 심화에 따른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KT알파 관계자는 “2018년 당시는 T커머스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던 시기로, 경쟁력을 갖추고자 앞번호 채널로 옮긴 것일 뿐”이라며 “채널을 옮기면서 송출수수료 인상을 유도해 계열사인 IPTV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번 오르면 고정...매년 상승하는 구조적인 문제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고, 과거 홈쇼핑사들 역시 겪어온 관행이라는 것이 T커머스 입장인데요.
 
문제는 이 같은 업체들의 상위 채널 진입 이후 송출수수료가 크게 올랐고, 이후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이에 따른 가장 큰 혜택을 본 이익집단이 IPTV 업계라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인데요.
 
통상 IPTV 송출 수수료는 KT가 기준점이 되는데, KT가 올리면 SK브로드밴드와 LGU+tv도 송출 수수료를 잇따라 올리는 경향을 보입니다.
 
때문에 SK스토아가 송출수수료 지급으로 출혈을 본다 해도 IPTV인 SK브로드밴드는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다른 홈쇼핑 채널로부터 수수료를 올려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 동종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계에서 T커머스사들이 채널 순번 ‘치고빠지기’ 전략을 통해, 송출수수료를 올리고 IPTV 계열사들에게 비용을 넘겨주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실제로 T커머스사들이 앞쪽 채널로 이동하면서 업계 전반 송출수수료가 크게 뛰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부터 T커머스사들이 채널 순번 이동을 통한 송출수수료 인상에 대한 이슈는 업계에서 유명한 일화”라면서 “통신사 그룹 자체에서 T커머스를 활용해 IPTV 계열사에 실적을 챙겨주며, 이를 관행적으로 활용해오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영애 인천대 교수는 “T커머스사들이 채널 순번을 앞쪽으로 배치한 뒤 송출수수료가 업계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했다면, 왜 채널 변동을 실시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면서 “송출수수료는 비용이기 때문에 한 번 상승하면 내려가지 않는 구조다. T커머스가 단순히 인지도를 올리겠다는 이유로 좋은 순번을 차지했다가 송출수수료를 올리고 뒷 번호로 다시 빠지는 건, 계열사인 IPTV에 이익에 가져다주는 매개체로 활용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쇼핑 채널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해서 현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T커머스사들이 치고빠지기 전략을 통해서 업계 전반적인 송출수수료를 올린 뒤 다시 뒷번호 채널로 빠지는 건, IPTV 계열사에 비용 몰아주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도 있다”며 “소비자단체와 이를 감시하는 기능 강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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