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결혼 가스라이팅
입력 : 2023-11-17 오후 4:54:57
주변에서 하도 '나는 솔로' 타령을 해서 드디어 봤습니다. 데이팅 프로그램인 건 알고 있었는데요. 요즘 1인 가구의 삶을 들여다보는 관찰 예능에 익숙해서 그런지 생각과 다른 전개에 조금 놀랐습니다. 
 
프로그램은 남녀 출연자들이 5박 6일 동안 자신과 맞는 데이트 상대를 찾아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요. 데이팅 프로그램이라기에는 너무 결혼을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즌마다 다르겠지만 특히 여성 출연자의 경우 20대도 많았는데요. 외부와 단절된 세상 안에서 오로지 짝짓기에만 몰두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그런 걸까요. 그 세계가 전부이다보니 마치 여기서 결혼할 배우자를 찾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20대라면 이 100세 시대에 아직 무궁무진한 앞날을 기대하는 시기가 아니던가요. 서른 되기 전에 결혼해야 한다며 압박감에 시달리는 여성들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나는 저렇지 않았는데, 내가 이상했던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안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원하는 파트너와 매칭이 안되면 좌절감에 시달리며 절규하는 출연자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까지 울부짖는 모습을 보며 이게 무슨 감옥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방송 외에 실제 결혼 가스라이팅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한 적이 있는데요. 상담 한번 받아볼까로 시작했지만 정말 지금 당장 결혼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부추기는 매니저의 설득에 결국 거액을 지급하고 말았습니다. 
 
만남을 실제 해보니 첫 번째 미팅남은 별로였고 2,3번째로 갈수록 좀 나아지는 듯 했습니다. 5회까지 마치자 정말 가관인 남성들이 출연하기 시작했는데요. 나중에 알고 보니 5회 이후에는 환불이 불가능한 규정이 있더라고요. 한마디로 5회 이후에는 사실상 아무나 막 내보내 가입자가 스스로 안 나오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하더라고요. 한마디로 상술인거죠. 
 
인구절벽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언제부턴가 비혼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혼이 두려운 젊은 세대들을 위해 결혼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고 장려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결혼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것처럼 무조건 부추기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진
 
윤영혜 기자
SNS 계정 : 메일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