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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신병동에도' 연우진에게 연기가 '일'인 이유
입력 : 2023-11-19 오전 6:02:07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배우 연우진에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나름 특별한 작품입니다. 30대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다가온 작품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가진 여러 고민을 좋은 동료와 작품을 하면서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현장에서 짊어진 부담을 내려 놓고 나니 더 빛이 나게 된 연우진입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무덤덤하게 책임감 있게 연기를 하고자 연기를 일로 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연우진은 명신대학병원 대장항문외과 펠로우 의사이자 무엇이든 꽃히면 포기를 모르는 집요함과 엉뚱함을 지닌 동고윤 역할을 맡았습니다. 손가락 마디 꺾기 강박을 가졌으나 다은을 만날 때마다 증상이 사라지는 걸 깨닫고 다은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 인물입니다.
 
작품이 정신건강의학과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작품에 참여한 연우진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연우진은 부담보다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라는 점에서 편견이 깨질 것 같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문 턱을 낮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역할은 정신건강의학과와 조금 떨어져 있지만 근본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같다. 그리고 선입견이 있고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부분이 닮아 있다"고 했습니다. 작품을 보고 편견을 깨고 용기를 내고 병원을 찾는 마음 가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연우진은 평소 주변 사람과 연락을 자주 주고 받고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서 소통을 자주하고 안부를 주고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기를 하면서 지친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지만 힘들 때 주변 사람들에게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솔직함을 배우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연우진은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건강검진을 자주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다 보니까 건강검진을 받기가 쑥스럽다. 창피하고 그런 게 있는데 오히려 내 자신을 위해서 편견을 깨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연우진.(사진=넷플릭스)
 
연우진은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작품의 독특함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는 "모든 캐릭터에 병명이 적혀 있었다. 동고윤은 과몰입병이라고 설정이 되어 있었다. 기존에 연기를 해보지 않은 톤으로 마음껏 뛰어 놀면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작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 연우진은 겉으로 보여주는 미장센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머리 스타일에 신경을 썼습니다. 연우진은 "동고윤이라는 이름 때문에 동글동글한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파마를 하고 인간미 있는 사람을 생각했는데 이름이 다른 쪽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줄 몰랐다. 그 순간 아차 싶었다. 늦게 나마 괴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손짓도 많이 하고 동선을 많이 썼다"고 밝혔습니다.
 
극 중 동고윤은 손가락 마디 꺾기 강박 때문에 손가락이 굵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를 위해서 연우진은 손가락을 굵게 만들기 위해서 1시간 가량 특수 분장을 해야만 했습니다. 힘들 법도 한 특수 분장 시간이 오히려 동고윤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특수 분장을 하면서 분장을 하는 다른 배우들과 이야기를 하고 소통도 하면서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분장을 하면서 오히려 동고윤의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손가락 마디를 습관적으로 꺾는 동고윤의 행동 때문엔 연기를 할 때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손가락에 분장을 하다 보니 특수 분장이 자주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분장이 떨어지거나 벗겨지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여러 테이크를 가지 못 하다 보니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만 했다. 손가락 마디 꺽기를 하는 순간, 소리를 내는 순간도 계산을 하면서 연기를 했다"고 했습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연우진.(사진=넷플릭스)
 
작품이 공개된 이후 연우진의 동고윤 캐릭터에 입덕을 했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연우진은 오히려 무덤덤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오랜만에 칭찬을 듣는 기분이다. 늘 어떤 평가 속에서 지내왔다. 나의 경우 연기를 일로 대하다 보니 버려야할 감정과 가져가야 할 감정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사람이다. 들뜨지 않으려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연기 자체를 일로 대하려는 이유는 책임감 있게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일할 때 책임감을 가지고 정확하고 꼼꼼하게 하고 싶다. 평상시 내 모습은 수더분하고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살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때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연우진은 "연기 전공이 아니다 보니 현장을 통해 구르면서 연기를 배웠다. 그런 부분이 축적이 되어 있다 보니 내가 현장에서 짊어질 몫에 대한 부담이 많이 있었다. 감독님이 요구하는 표현을 해 내야만 한다는 생각을 늘 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자신을 알고 인정을 하니까 마음의 연유가 생겼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잘 쉬면 좋은 연기가 나오다 보니 큰 감정 동요가 없다. 일로 연기를 대하는 게 생활 연기자 개념보다는 연기에 집중하고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함이다"고 밝혔습니다.
 
연우진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언급했습니다. 그는 "남한테 피해를 주기 꺼린다"고 했습니다. 그 선의 경계에 대해 "내 인생의 선은 50%를 넘지 않는다. 49%가 어떨 땐 손해 보는 기분이 들 수 있지만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손해보지만 언젠간 나에게 은혜가 돼서 다가오더라. 선을 50%라고 생각하면 한발짝 물러서 48%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어느 순간 지고 있어도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연우진은 자신이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30대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나이를 고민할 때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만나게 됐다면서 웃었습니다. 그는 "고민할 때 구원 같은 작품이 온 건 굉장한 운이다. 내가 열심히 살아왔기에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통해서 다른 방법의 연기를 해보고 용기도 얻고 30대를 마무리 하면서 필요한 시기, 필요한 고민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아니였다면 그저 흘러갈 시간을 소중한 사람과 좋은 시간으로 채우게 되면서 오히려 이런 기운을 동력 삼아 40대를 맞아 좋은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습니다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연우진.(사진=넷플릭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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