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LG화학이 여수 NCC(납사크래커)를 매각하려 몇몇 업체와 접촉했으나 매각가에 합의하지 못해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NCC 보유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 강도가 높아지는 등 LG화학이 팔방으로 해법을 찾는 모습입니다.
20일 업계의 정통한 관계자는 “에쓰오일, GS, LX 등에 인수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안다”며 “NCC 시설투자비만 3조원이나 들었는데 중국 자급력 확대 이슈를 고려하면 그만큼 지불할 업체를 찾기는 어렵다. 매각가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 불발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가 대주주라 자본력이 있습니다. GS와 LX는 LG그룹 방계라 협상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게다가 GS의 경우 여수에 정유공장이 있어 시너지도 가능합니다. LX도 LX MMA 등과 수직계열화를 꾀할 수 있지만 중국발 구조적 리스크가 걸림돌이란 지적입니다.
앞서 지난달 30일 LG화학은 실적설명회에서 “여수 NCC를 매각하지 않고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매각 등 전략적 옵션의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놓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에쓰오일, GS, LX 등과 접촉한 시점이 이같은 발표가 있기 전인지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LG화학이 팔려고 한 자산이 제값을 받기 어려워 불발됐다면 자산평가액을 낮춰야 할 수 있습니다. 보통 공장 자산의 매각가치가 회사가 생각한 것보다 시장평가가 낮다면 감가상각비를 늘리거나 자산손상차손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매출원가나 기타비용이 늘어나 실적에도 부정적입니다.
무엇보다 NCC 업황에 대한 제조사들의 인식이 좋지 못한 점을 시사합니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석유화학 제품 시황은 약세를 보여왔습니다. 전체 석유화학 수출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시장의 수요가 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기대보다 저조했던 리오프닝효과도 있지만 중국 내 NCC 등 기초유분(석유화학 원재료) 증설물량이 쏟아져 나와 수급불균형을 초래한 구조적 원인이 꼽힙니다.
특히 NCC로 만드는 에틸렌 외 부산물로 만드는 프로필렌은 중국 내 증설이 많고 국내에서도 경쟁사가 늘어난 형편입니다. 에틸렌은 NCC를 보유한 LG화학, 롯데케미칼,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여천NCC, 한화토탈이 만듭니다. 프로필렌은 여기에 에쓰오일, SK에너지, 태광산업, 효성,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생산업체로 추가됩니다.
그동안 화학업계 순위를 가리는 지표가 될 정도로 NCC는 중요한 산업자산이었으나 LG화학이 이를 팔고 나서자 업계에선 충격이 번집니다. 가뜩이나 고금리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형편에 기초유분 생산업체들에 대한 신용도를 누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난 3분기엔 불안한 중동 정세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화학업체들도 래깅효과(원재료투입시차효과)를 보며 실적이 개선됐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