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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어, 오늘도
입력 : 2023-11-27 오후 7:01:16
하늘이 어둑어둑 해질 무렵 가방을 들고 기자실 문을 나섭니다. 여기저기 지친 얼굴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이들을 보면 묘한 동질감과 연대의식이 생기기도 합니다. 
 
공무원이 '9to6'이란 말은 누가 만든 걸까요.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때가 돼서야 무거운 짐을 들고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을 볼 때 '직장인의 삶이란 비슷하구나'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면 곳곳에 빈 자리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침만해도 자동차로 꽉 찼던 공간이 반쯤은 빈 광경을 볼 때마다 '오늘도 무사히 보냈구나'라며 스스로 다독이게 됩니다.
 
친구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재가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친구, 사업을 하고 싶다는 친구, 지금의 수입에 만족한다는 친구 등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상 위를 가득 채웁니다.
 
이윽고 한 친구가 '난 돈을 많이 벌고싶지는 않아. 그냥 많이 갖고싶어'라고 선언합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그 말이 맞다'며 한바탕 박장대소가 쏟아집니다. 다들 사회생활에 지쳐있다는 방증인 셈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에서도 근로시간이 긴 편에 속합니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평균에 맞추려면 주당 근무시간을 3.8시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근로시간 관련 취재를 할 때입니다. 한 전문가가 '유럽에서는 노동조합이 정년을 줄이려고 하고, 나라에서 늘리려고 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더 적게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운다는 겁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약국 한 곳에서 수십, 수백개의 피로회복제가 팔려나가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지친 얼굴로 엘리베이터 앞에 선 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사진은 출근하는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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