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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 직격탄…유통기업 희망퇴직 '칼바람'
경기 및 업황 침체에 업계 조직 슬림화 단행
입력 : 2023-11-28 오후 3:56:14
 
[뉴스토마토 김충범·이지유 기자] 최근 유통업계에 희망퇴직의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국내 경기가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고 업황 자체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업체들이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인데요.
 
소비 심리의 위축 흐름이 뚜렷하고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가운데, 비용 절감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입장입니다.
 
특히 유통 시장을 둘러싼 변수들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운 난제라는 점에서, 이 같은 희망퇴직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11번가, 근속 연수 5년 이상 대상 희망퇴직 접수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다음 달 8일까지 만 35세 이상 직원 중 근속 연수 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습니다.
 
11번가의 희망퇴직 단행은 지난 2018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입니다. 희망퇴직 확정자는 4개월분 급여를 받게 되며 다음 달 말 퇴직합니다.
 
11번가의 경우 오는 2025년을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원년으로 잡고 수익 구조 개선을 성공적으로 이어갔지만, 재무적 리스크가 불거진 것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11번가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60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6%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910억원으로 14.1% 감소했는데요. 이달 1~11일 연중 최대 쇼핑 행사인 '십일절' 실시와 익일 배송 서비스인 '슈팅 배송'의 성장이 두드러지며 올 4분기에도 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대할 만큼, 11번가는 실적 부분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11번가는 앞서 2018년 국민연금, MG새마을금고중앙회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 '나일홀딩스'로부터 5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약 5000억원을 투자 받은 바 있는데요. 최근 11번가는 유통 시장 침체, 실적 악화 등 투자금 회수 기일 내 IPO가 무산되며 '매각설'까지 불거져 나오는 등 투자금 상환 압박이 커진 상황이었습니다.
 
최근 11번가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였던 이커머스 업체 큐텐과 매각 협상을 벌였는데요. 실사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된 것이 최근 희망퇴직 단행의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이번 희망퇴직과 관련해 11번가 관계자는 "한시적 프로그램으로 '넥스트 커리어(Next Career)'를 준비하는 구성원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오로지 구성원의 자발적인 신청을 기반으로 (퇴직 제도가) 운영된다"고 말했습니다.
 
유통 업계 전반 퇴직 단행…장기화 우려도
 
최근 11번가뿐만 아니라 다른 유통 기업들도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실정입니다.
 
GS리테일은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데요. 대상자는 1977년생 이상 장기 근속자로, GS리테일은 18개월치 급여와 학자금 지원 등을 퇴직 조건으로 내세웠습니다.
 
GS리테일은 이미 인력 효율화 작업에 나선 상태인데요. 올해 3분기 기준 직원 수는 7495명으로 지난해 말(7814명)보다 300명 이상 감소했습니다.
 
또 롯데홈쇼핑은 지난 9월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는데요. 이는 TV 시청자 감소 및 송출수수료 급등 등으로 인해 홈쇼핑 업황 자체가 빠른 속도로 침체되는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됩니다.
 
롯데홈쇼핑은 만 45세 이상 직원 중 근속 연수가 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2년치 연봉, 재취업 지원금, 자녀 교육 지원금 지급을 제시했습니다.
 
식품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달 SPC 파리크라상은 15년차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습니다. 퇴직자에게는 최대 1년 6개월치의 급여와 최대 1년치의 학자금이 지급됩니다. 업계는 SPC 파리크라상이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재무 부담 증대로 희망퇴직을 결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방뇨 논란'이 불거진 칭다오 맥주 수입사인 비어케이는 이달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지원금은 근속 연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요. 파문에 따른 칭다오 맥주 급감 여파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앞서 지난 9월 매일유업은 만 50세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대상자는 근속 기간에 따라 최대 18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받고, 퇴직 후 2년 동안 경조사 시 물품을 제공받는 것도 약속받았습니다.
 
이 밖에 농심그룹 계열사인 메가마트는 이달 신입사원 지원자의 최종 면접을 앞두고 경영 악화를 이유로 채용 절차를 중단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커머스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사들, 매출이 늘지 않는 TV 홈쇼핑 업계 등에서 인력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경쟁력을 많이 잃은 유통 업체들을 중심으로 대대적 구조조정 바람이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시민들이 칼바람 속에 두꺼운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이지유 기자 acechung@etomato.com
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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