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 6월 말부터 국내 증시에선 '따따블'(상장일 공모가 대비 4배 상승)을 달성하는 첫 공모주가 누가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관심이 커지는 만큼 비상장 기업을 증시로 안내하는 주관사에 대한 역량도 관심사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주요 증권사의 IPO 담당 임원을 만나 시장 상황과 각사별 특장점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지난 1월부터 KB증권 ECM(주식발행시장)본부를 이끄는 유승창 본부장은 20년 넘게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리서치센터장 등을 두루 경험한 증권맨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유 본부장을 만나 국내 IPO 시장과 KB증권 IPO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는데요. 유 본부장은 IPO 기업 심사 시 최소 월별 매출 공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KB증권이 내년 IPO 주관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이란 자신감도 내비쳤습니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KB증권)
최근 공모주 시장에 많은 자금이 쏠리는 등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도 시장이 성숙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데요. 금융감독원은 IPO 증권신고서 심사 시 제출 직전 월 매출·영업손익 등을 기재해야 한다는 방침입니다.
월 단위로 실적을 내는 것은 비상장사들은 물론 아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장사들도 쉽지 않습니다. 다만 잠정 매출 정도라면 가능하죠. 공시를 통해서 투자자에게 정보를 더 충실히 전해주는 것은 굉장히 필요한 부분입니다. 발행사는 실적 등의 정보를 조금 더 적시성 있게 업데이트해서 공시하고, 투자자들도 그 정보를 보고 투자를 해야 합니다. 밸류에이션은 어떻게 했는지, 물량은 얼마나 풀리는지 등에 대해선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공모주 시장에서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는 하나를 꼽자면 따라가기 투자입니다. IPO 업무를 시작하며 들었던 황당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몇몇 자문사에서 IPO 기업에 대해 리포트를 작성한 후 기관 수요예측 마지막 날, 끝나기 한 시간 전에 돌린다고 합니다. 리포트에 부정적인 톤이 담겨 있으면 수요예측이 실제로 확 빠져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겁니다. 공신력이 없는 자문사 리포트로 인해 수요예측 의견을 바꾼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죠. 따라가기가 아닌 밸류에이션, 지분 구조 등을 보고 투자를 하는 습관이 정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맡다가 올해 1월 ECM본부장으로 오셨는데요. 기업을 평가한다는 부분에서 두 부서가 일맥상통한다고도 보입니다. 리서치와 IPO 업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리서치와 IPO 업무 모두 기업의 펀더멘탈과 성장성, 전방시장·후방시장, 밸류에이션까지 파악한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차이점은 리서치센터에 있을 땐 시스템이 잘 갖춰진 라지캡(우량주)들을 보기 때문에 정보가 투명하고 많이 제공됐는데요. IPO, 비상장 쪽은 거칠고 날 것과 같은 기업이 많습니다. 새로운 산업에서 나온 다양한 신생 기업들이 IPO 대상이기 때문이죠. 리서치에서는 숫자를 많이 보지만 비상장에선 대표이사의 자질, 산업 내 성장성 등을 봅니다.
리서치 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7년 가량 일한 경험도 있는데요. 비상장 기업들을 만나다 보면 본인 회사가 3년 뒤 2배 이상 성장이 가능한 세계 최고의 회사라고 말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때 애널리스트로서의 균형 감각과 펀드 매니저 당시 실제로 사고 팔 때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던 냉정함이 IPO 기업 밸류에이션 평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9월 KB증권은 더블유씨피(393890)(WCP) IPO를 주관했는데요. 상장 전에 투자한 지분과 환매청구권으로 받은 물량을 올해 매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분 매도를 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프리IPO(PI) 투자의 경우 ECM본부에서 한 것과 KB증권 내 투자를 하는 다른 본부에서 한 것이 있습니다. 해당 본부에서 투자한 지분은 아직 팔지 않았고 ECM 본부가 투자한 것과 환매청구권 물량을 매도한 것입니다. ECM본부는 투자가 메인 비즈니스가 아니어서 계속 보유할 명분이 없습니다. 환매청구권 물량이 부담이 돼서 고민했지만 6만원에 공모한 주식을 그 이하에 파는 건 주관사로서 도덕적으로 민망할 수 있어서 보유를 더 했죠. 그리고 6만원 이상에서 처분을 한 것입니다.
지난해 IPO 주관 실적에서 1위를 차지한 KB증권이 올해는 첫 IPO 주관을 10월에 하는 등 아쉬운 성적을 거뒀는데요. 내년 IPO 주관 실적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시나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내년에 KB증권이 주관 실적 1위를 달성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에 LG CNS 등 빅딜을 준비하느라 중·소형주 관리에 소홀했는데요. 올해는 중·소형주 대표 주관을 소싱했고 3월 말부터 거래소에 예비심사 청구서가 들어가서 10월에
한싹(430690)으로 마수걸이 상장을 진행했죠.
내년에는 현재 진행되는 딜 중 가장 큰 딜인 HD현대마린솔루션(구 HD현대글로벌서비스)이 상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저희가 단독으로 대표 주관하죠. 그리고 이름을 밝히긴 어렵지만 이미 거래소에 청구해 놓은 6개 중·소형주도 있습니다. 일부는 몇천억원대 규모의 중견 사이즈인데요. 12월에 한두 개에 이어 빠르면 올해 1분기, 늦어도 2분기엔 승인이 완료될 겁니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에 신청 예정인 기업은 10~15개 정도로 하반기에 일부 상장해 내년에만 약 20개 가까이 IPO를 주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보통 대형 증권사들이 한 해에 15~20개 사이에서 IPO를 주관합니다. 저희는 여기에 빅딜인 HD현대마린솔루션까지 있으니 별 문제가 없으면 무난히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이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자신이 있는데요. 예년 같으면 주관 계약을 40여개가량 했을텐데 올해에만 50개 넘게 주관 계약을 따냈습니다. 파이프라인이 충실화되고 있다는 뜻이죠. 해당 기업들은 내년과 내후년에 상장할 기업이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꾸준히 1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