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김보연 기자) 해외 진출을 도모하는 국내 금융사에게 베트남은 '무한 잠재력 지닌 포스트 차이나', '신남방정책의 전진기지' 등으로 불립니다. 한국의 8분의 1수준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데다 한류에 대한 친숙도도 높고, 같은 유교 문화권을 갖고 있는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거부감이 덜한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미국법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베트남은 사회주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요. 현지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선진 금융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 해외 진출의 큰 걸림돌로 꼽힌다고 합니다. 베트남 호찌민에 주재하는 우리나라 당국과 금융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현지 규제가 어렵다고 한목소리로 토로했습니다.
베트남 금융정책을 '그레이존(회색지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다른 관계자는 "디테일한 규정이 있는 한국과 달리 현실적으로 좀 애매모호한 부분들도 많고 법이나 시행령 밑에 있는 규칙들이 허술한 경우가 굉장히 많다"며 "금융정책이나 규제의 선명성이 매우 떨어지기 때문에 감독당국 실무자의 해석에 의존을 해야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과 본사 차원의 회계감사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지 법과 충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데요. 세무조사는 세무공무원이 특정해 동안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내용에 대해서 오류나 탈루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조사인데요. 세법에 따라 납세의무자의 장부, 국세청 신고 서식 및 회계관련 기타 자료 등을 소환해 조사를 통해 납부 세금에 대한 오류 및 누락 등에 대한 과세를 하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세법에 따른 세무조사와는 다르게 이뤄지고 있는 베트남의 세무조사입니다. 관련 절차나 법률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최근 들어선 비정기적으로 조사 횟수를 늘리고 있어 앓는 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외국계 기업들에게 서늘한 과징금 칼날을 겨누고 있는데요.
한 한국계 기업 관계자는 현지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베트남 공무원들에게 수차례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베트남 세무당국의 외국계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세무조사가 자주 있다는데요. 한 금융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아직도 세무조사를 나온 공무원들이 세무조사를 무마하는 조건으로 대놓고 사실상 뇌물을 요구하는 방식의 뒷거래가 존재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부당한 당국 조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정부가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베트남 특성상 이 같은 이의제기는 어렵습니다. 국내 금융사 중에는 베트남 시장 상황과 규제 이해가 덜 된 상황에서 진출했다가 사업을 접은 곳도 있다는데요. 금융회사들이 '블루오션'인 베트남에 단순히 묻지마식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규제 이해가 선행돼야 하겠습니다. <끝>
베트남 호찌민 1군에 위치한 외국계 금융사들이 모여있는 한 건물.(사진=뉴스토마토)
베트남 호찌민=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